피곤에 지친 '워킹맘'..일·육아·가사 '3중고'

10명중 1명만 남편과 가사 분담
보육시설 설치 의무 대상 기업 중 30%만 설치
어린이집 입소 대기기간 6개월..정책·제도 미흡

입력 : 2012-08-29 오후 2:51:41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자녀가 있는 직업여성, 이른바 '워킹맘'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고단한 일상에 치이다보니 전업주부인 '전업맘'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제도 등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어서 워킹맘의 고충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일·육아·가사 3중고에 시달리는 워킹맘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이유다.
 
◇워킹맘, 일·육아·가사 '3중고'
 
29일 통계청의 '2012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직업여성 '워킹맘'은 전업주부인 '전업맘' 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만 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워킹맘' 중 30.6%는 경제·직업·건강 등 전반적인 삶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가사분담 실태'에 대한 응답에서는 워킹맘들의 고단한 일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워킹맘 중 가사일을 자신이 주도한다고 답한 비중은 무려 86.5%로, 전업맘이 응답한 89.9%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워킹맘 중 남편과 가사일을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답한 비중은 11.3%에 불과했다.
 
워킹맘들은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 활용 방법을 묻는 질문에서도 62.9%가 가사일을 한다고 답했다.
 
워킹맘들은 휴가 기간에도 특별한 여가를 즐기지 못하고 아이와 놀아주기에 바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워킹맘연구소가 실시한 '워킹맘 여름 휴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워킹맘들은 휴가 기간에 가장 많이 한 일로 '아이와 놀아주기'가 73.3%를 차지했다. 2위로는 '육아'(13.3%), 3위는 '집안 일'(6.6%)이 뒤를 이었다.
 
휴가 기간에 한 일로 '아이와 놀아주기'라고 답한 워킹맘 대부분은 "평소 직장 일로 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함께 있는 휴가 기간에라도 놀아주자' 라는 생각으로 아이와 노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답했다.
 
워킹맘들은 휴가를 보낸 소감으로는 '피곤하고 힘들었다' 가 83%로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즐겁고 행복했다'는 15.6%으로 대조를 이뤘다.
 
피곤하고 힘든 이유로는 "휴가 기간 내내 남편과 아이들을 챙겨야 돼서", "모든 일정을 아이들에게 맞추다 보니 힘들어서" 등을 꼽았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은 "휴가 기간에도 가족들 챙기고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쉴 수 없는 워킹맘들의 삶은 고달픔 그 자체"라며 "워킹맘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만큼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및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장치 미흡.."워킹맘 한숨 깊어져"
 
이처럼 워킹맘들은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워킹맘들을 도와줄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현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여성근로자 300명 또는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어린이집과의 위탁계약 또는 보육수당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이 있어 기업이 어린이집을 직접 설치하는 데 소극적이고, 대체 수단마저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0년 말 기준 833개 직장보육시설 설치 의무 대상 기업 가운데 30%가량이 보육시설 설치나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맞벌이 가정의 어린이집 우선 입소 방안도 이행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육아정책 브리프' 7월호에 게재한 '어린이집 이용, 일하는 어머니가 우선되어야'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대기기간은 종일제 근무 워킹맘의 경우 평균 6.1개월, 시간제 5개월, 미취업 엄마 4.2개월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가 입소 순위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육아정책연구소 측은 "무상보육 시행과 함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들이 몰리면서 일하는 엄마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린이집 이용을 못하는 실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올 8월부터 고용노동부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제가 시행됐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만 6세 이하의 취학 전 아이를 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해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도 돌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 기간은 육아휴직 기간과 같은 최대 1년이다.
 
그러나 ▲대체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14일 이상 노력했음에도 채용하지 못한 경우 ▲업무 성격상 근로시간을 분할해 수행하기 곤란한 경우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 사업주가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많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주가 이런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 편히 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는 게 워킹맘의 입장이다.
 
이수연 소장은 "사업주나 회사 내 분위기가 이런 제도에 대해 부정적이라면 워킹맘도 눈치를 보게 된다"며 "이런 현상의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제도만 만들어 놓고 정작 대체인력 채용 등 기업이 떠안고 가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사업자의 마인드 개선 교육과 함께 제도가 정착될 수 있게 사업주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보완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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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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