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정신을 잃고 오히려 피해자로부터 구조를 받아 병원으로 후송된 다음 도주했더라도 현장의 자기 차량에 연락처를 남겨뒀다면 '뺑소니'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구하지 않고 도주해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된 배모씨(39)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사고 직후 정신을 잃은 다음 오히려 피해자에 의해 구호된 뒤 119 구급차량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구급대원에게 이름을 제대로 알려줬고 사고현장에 남아있던 자신의 차량에 남긴 휴대전화번호로 경찰에 의해 신원이 확인 된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도주의 범의로 사고현장을 이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배씨는 2011년 3월 음주상태에서 자신의 싼타페 승용차를 시속 100km로 몰고 중앙고속도로 하행선 부산기점을 달리다가 전방좌우 주시의무를 게을리한 탓으로 2차로에서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박모씨의 화물차량 좌측면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배씨는 머리에 충격을 입어 정신을 잃었고 피해자 박씨가 배씨 차량으로 다가온 뒤 배씨를 구조해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후송시켰다. 이 과정에서 배씨는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구급대원에게 이름은 사실대로 말했지만 전화번호와 주소를 허위로 알려준 후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도주했으며, 이후 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배씨가 피해자 박씨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고도 구조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며 유죄를 인정,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으며 이에 배씨가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