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정부가 막걸리 산업을 한국의 와인산업으로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대책은 역행하고 있다. 주류업계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법을 제정해 오히려 막걸리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 기술연구소는 지난해 12월30일 살균약주제조 면허권에 대한 시설 기준 강화 정책을 공고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영세업체들의 시장 진입장벽만 높여 막걸리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막걸리 산업은 국세청이 면허와 세금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생을, 농림수산식품부는 지원·육성정책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일반 제조장 기준으로 운영 돼 오던 살균 막걸리 등을 제조하는 살균약주 제조장의 시설·설비기준을 크게 강화했다.
살균약주 제조장들은 기준이 강화된 후 면허권을 얻으려면 클린벤치와 오토크레이브, 항온항습기 등 5개의 설비·장치를 기본적으로 갖춰야 했다.
문제는 새로운 기준에 포함된 기구들은 대부분 대기업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실험용 장비로 가격이 최소 3000만원 이상이다. 영세업체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영세 막걸리 제조업체들 대부분이 해당 설비들을 운영할 수 있는 연구 인력이 없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허를 신청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살균약주제조 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정부가 갑자기 이런 대책을 내놓고 보완하라고 지시한 것은 영세업체들보고 모두 죽으란 얘기와 다름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질 좋은 술 제조를 위한 제조업자들의 제조의지를 꺾고 있는 현행 주세법도 문제다.
국세청은 현재 전통주에 대해 술 판매 금액에 비례해 세금을 징수하는 종가세를 시행하고 있다.
술을 만들어 비싸게 팔면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주세법이 더 나은 품질의 술을 제조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막걸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현재 종가세로 운영되는 주세를 종류에 따라 도수와 양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은 "현재 체제에서는 좋은 술을 만들어 비싸게 판매해도 세금이 그만큼 많이 붙는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질 좋고 다양한 술을 만드는 것이 전통주 시장을 살리는 방법인만큼 주세 체제를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소장은 또 "현행 주세 중 전통주 부문은 0.4%에 불과하다"며 "전통주 주세를 지방세로 돌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전통주 개발과 홍보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