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기차용 배터리 '출격'..신삼국지 '활짝'

전기차에 1만대 공급 가능..獨 업체와 연말에 합작사 설립

입력 : 2012-09-18 오후 4:13:45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며 차량용 2차전지 시장에 불을 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18일 충청남도 서산시 지곡면에 위치한 서산공장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준공식
 
서산공장은 23만1000㎡(7만평) 부지에 연면적 5만3508㎡(1만5000평) 규모로 전지·포메이션·팩 등 3개 동으로 구성됐다. 생산 능력은 전극 800MWh, 조립 200MWh 규모로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는 업계 선두주자인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 자회사 SB리모티브와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LG화학은 20만대, 삼성SDI는 10만대 차량에 2차전지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까지 서산공장의 생산력을 2배로 끌어올리는 한편 향후 해외에서 전기차 15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3GWh 규모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명실상부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기대다.
 
SK이노베이션이 계획대로 생산력을 극대화할 경우 국내 2차전지 시장은 삼성과 LG, SK 3사로 재편되게 된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 3사가 무한경쟁을 펼치는 신삼국시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도 막대할 전망이다. 자본력을 갖춘 이들 3사가 R&D, 설비 등 투자로 진검승부를 이어갈 경우 관련산업의 상승 효과도 기대된다. 또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 2차전지 분야는 전기전자, 조선 등과 같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의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SK가 반도체에 이어 2차전지 사업에까지 뛰어든 것은 향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그룹 차원의 결단으로 보인다. 완성차가 갈수록 연비 등 에너지 효율을 중시 여기면서 하이브리드 시대로 진입한 지는 이미 오래다. 이는 관련 산업의 실적으로 연결됐다.
 
LG그룹의 경우 지난 1996년 첫 발을 뗀 데 이어 사업을 주도하는 화학은 그룹 내 맏형으로 자리를 굳혔다. LG화학이 보유한 생산규모나 기술력 등은 국내 선두업체로 손색이 없다는 게 업계의 일치된 평가다.
 
삼성도 지난 5일 SB리모티브의 잔여 지분 50%를 보쉬로부터 전량 매수하는 등 차량용 배터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의 전폭적인 지지는 2차전지 사업이 그룹내 신수종 사업으로 발돋움한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SK까지 이번 서산공장을 준공하면서 국내 2차전지 시장의 '삼국지'가 열린 것이다.
 
물론 SK이노베이션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많다. 눈앞에 닥친 현실적 과제는 고객사 확보다. LG화학과 삼성SDI가 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을 상대로 치열한 영업전 끝에 고객들을 선점한 상황이어서 뚫고 들어갈 시장 공간이 그리 크지 않다.  
 
2차전지 업계의 터줏대감인 LG화학은 지금까지 GM, 르노, 포드, 현대·기아차, 볼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유치했다. 삼성SDI 역시 BMW와 크라이슬러, 마힌드라 등을 확보해 둔 상태다.
 
양사는 순수 전기차 제조업체와 하이브리드 제조사 등에 2차전지를 공급하며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SK이노베이션에 넘기 어려운 큰 벽이 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현대·기아차에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를,  미쓰비시와 메르세데스-벤츠에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를 공급 중이지만 그 물량은 그리 크지 않다. 생산력의 숙제는 서산공장 준공으로 일부 해결될 수 있으나 문제는 기술력과 영업력 극복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서산공장 준공으로 10여개의 해외 메이저 자동차 회사와 진행 중인 전기 차량용 2차 배터리 수출 계약이 한결 쉽게 진행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또 "연말까지 독일의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부품회사 콘티넨탈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세계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보유한 배터리 셀 기술에 더해 BMW, 다임러 등에 배터리 팩을 공급해온 콘티넨탈의 배터리 팩 시스템, BMS 및 자동차 부품 기술 노하우가 접목되면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한편 이날 준공식에는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김신배 SK 부회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그룹 고위 관계자 150여명이 총출동하며 준공식을 축하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축사에서 "서산공장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각지에 양산 체제를 구축해 2020년 글로벌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며 "일자리 창출과 녹색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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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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