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택시회사가 기사들을 고용하면서 형식상 일급제를 적용했더라도 직접 사용상 지배를 했다면 도급제로 볼 수 없어 이를 관련법 위반으로 보고 감자처분 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심준보)는 택시 회사인 A주식회사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감자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A사는 택시기사의 수익상황 등을 관리하면서 직접 지휘·감독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12조(명의이용 금지 등)는 운송사업자가 다른 운송사업자 또는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에게 (회사 소유의) 사업용 자동차를 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일부 택시의 운행 및 택시기사들의 근로 행태, 급여체계가 A사의 다른 택시기사들과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택시기사 유모씨 등이 A사의 명의를 이용해 택시기사를 고용, 여객운수업을 경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급료지급명세서상 일부 택시기사들의 해당란이 모두 '0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은 그들이 다른 택시기사들과는 달리 매일 현금으로 급여를 지급받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A사가 일급제를 채택하게 된 것은 전액관리제를 채택할 경우 택시기사가 턱없이 모자라 상당수의 택시를 운행하지 못하게 되는 A사의 경영난을 막는 한편, 매일 최소한의 수입이라도 생겨야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사람들을 택시기사로 모집하고, 이들에 한하여 일당을 지급함으로써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밝혔다.
아울러 "실제 A사의 택시기사들은 주로 일급제로 급여를 지급받는 것을 희망했지만, 정액급여제를 원할 경우 언제라도 급여 지급방식의 변경이 가능했다"면서 "A사를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일부 택시기사들이 A사의 사용상 지배를 벗어났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도급제는 운송사업자가 운전자와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일정한 사납금만 받고 월급을 주지 않는 기형적 영업형태다. 여객운수법은 택시기사가 운송수입 전액을 회사에 내고 월급을 받는 전액관리제가 아니면 불법으로 규정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6월14일 "A사가 여객운수법을 위반, 택시 26대를 도급제 형태로 운영했다"며 문제가 된 택시의 자동차등록증과 번호판을 한 달 내로 관할구청에 자진반납하고,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말소등록을 신청하라는 내용의 감차명령을 했다.
이에 A사는 "브로커들에게 회사의 명의를 대여해 준 없다"며 감자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