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대기업에서 엄청난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매입해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이른바 '현금깡' 시장 규모만 키우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매입규모를 큰 폭으로 늘려 직원들에 나눠주고 있지만, 상당량이 '깡 시장'에서 바로 현금화돼,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도입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는 것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난 2009년부터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이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매시장의 유동성 증대라는 취지로 도입해 현재 전국 1200여개 전통시장의 16만여개 가맹점 점포에서 이용되고 있다.
규모도 매년 확대돼 2009년 200여억원에서 올해는 4000여억원으로 약 20배 가량 늘었다. 중기청은 내년 발행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계획중이다.
대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올해 삼성은 1400억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전직원에게 배포했다. 직원 1명당 50만원 꼴이다. 현대·기아차, LG그룹도 각각 200억원, 12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전통시장과 소매시장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엉뚱하게 '깡 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올해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아 5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받았지만 막상 다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공문까지 보내 현금깡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50만원 상품권으로 전통시장에서 쓸데가 없다"며 "차라리 인터넷 매매업자에게 되파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온누리상품권 '현금깡'은 온라인으로 까페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온누리 상품권 팝니다'라는 글이 블로그와 카페에 쏟아지고 있다. 상품권은 보통 액면가의 90%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다.
상품권을 보유한 사람이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를 하고 이를 상품권 가맹업자가 모아 시중은행에서 환전하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기청은 지난 27일 상품거래를 거치지 않고 현금화하는 행위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다음달 10월부터 '깡'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실제 부부가 각각 상품권거래소와 가게를 운영하며 환전하는 수법으로 부당행위를 취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같은 부당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전 경로를 파악하기가 힘들고, 현금화하는 행위의 단속기준이 모호해 단속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기청 관계자도 "상품권 매매업이라는 것이 사실상 합법화돼 있어서 단속 기준을 마련하기도 애매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는 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800억원에 달해 '현금깡'이 성행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소비 주체가 다양화되면서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