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A씨는 아내 B씨와 결혼해 딸 C씨를 낳았지만 상습적으로 아내를 폭행하고 딸을 학대했다. 아내가 폭력에 못 이겨 가출한 뒤로 A씨의 딸에 대한 학대와 폭행은 더 심해졌다. 어린 딸은 아버지에게 맞아 앞니가 부러졌고 발가벗겨진 채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게다가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지만 A씨는 딸을 중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딸 B씨는 열 다섯 살 되던 해에 어머니와 연락이 닿자 집을 나와 그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이후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B씨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교육공무원인 남편을 만나 결혼도 해 자녀 두 명을 뒀다. 이때까지 아버지 A씨는 B씨를 전혀 돌보지 않았으며 연락도 거의 끊고 지냈다.
B씨는 결혼 뒤 남편과 함께 자신의 어머니와 시부모를 부양하며 살았다. 어머니는 25년 전 입은 중화상으로 여러 번 수술을 받았고 후유증을 앓아왔다. 여기에 고혈압과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지병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아왔다. 시부모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시설에서 요양을 받아야만 했다. B씨와 남편은 극진히 이들을 보살폈다.
그러나 B씨와 남편 두 사람이 번다고는 하지만 매월 병원비와 아이들 양육비 등으로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생활비와 8000만원이 넘는 대출을 갚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아버지 A씨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최근 위암 수술을 받았고 아무 수입이 없으니 돈을 보내라고 했다. B씨는 거절했으나 A씨는 딸인 B씨가 소득이 있어 차상위계층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원망하면서 남편과 둘 모두 공무원이니 자신을 부양하라며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이창섭 판사는 A씨가 "매월 부양료 60만원을 지급하라"며 딸 B씨를 상대로 낸 부양료청구심판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년인 자녀와 부모 사이의 생활부조의 부양의무의 발생은, 부양권리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것과 부양의무자가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만 딸의 사정상 아버지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딸이 아버지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A씨가 과거 B씨를 학대했고 미성년자일 때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A씨의 부양료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