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대법관 후보 제청..시대적 요구와 타협한 듯

'여성·젊은 기수' 파격 제청..재야 법조계 반응은 미지근

입력 : 2012-10-10 오후 8:51:2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던 대법관의 후보자로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19기)를 제청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추천에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김 후보자를 비롯해 유남석 서울북부지법원장(55·13기), 이건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49·16기), 최성준 춘천법원장(55·13기) 등 4명을 추천받았다.
 
◇양 대법원장 초기 의중 "'여성 대법관' 글쎄.."
 
그 직전까지 양 대법원장의 의중은 여성 대법관에게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 법관들이 우수하고 능력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최고 법관인 대법관에 오를 경륜이 아직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가진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런 의중이 뚜렷이 드러났다.
 
◇양승태 대법원장
양 대법원장은 "우리나라 고등부장 이상 판사가 한 150명 되는데 그 중 여성법관은 단 4명일 정도로 (아직 대법관으로 올라갈 정도로)경력이 오래된 여성법관들의 숫자가 적다"며 "그 가운데서 인위적으로 여성법관을 일부러 (제청)하는 것은 더 부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남은 대법관 자리는 안대희 대법관의 후임으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검찰 몫이었다. 여러 의혹으로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57·15기)이 비록 낙마했으나 이때 법관출신 후보자 3명과 함께 김 전 지검장이 제청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남은 한 자리는 '검찰 몫'
 
김 전 지검장이 스스로 후보자직을 사퇴한 뒤 후임자를 인선할 때에도 검찰 출신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법무부는 일찌감치 한명관 대검찰청 형사부장(53·15기)과 이건리 공판송무부장을 후보자로 추천했다.
 
대법원 안에서는 "양 대법원장이 대법관 구성에서 검찰 출신을 넣는 것도 다양화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사법연수원 기수도 양 대법원장으로서는 경시할 수 없는 고려사항이었다. 선임대법관인 양창수 대법관이 6기이고 기수로는 가장 후배인 박보영 대법관이 16기였다. 이후에 합류한 고영한(11기), 김신(12기), 김창석(13기) 대법관도 기수로는 박 대법관 보다는 적어도 3년 이상 선배였다.
 
게다가 양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처음 제청해 대법관이 된 박보영 대법관은 바로 앞 기수인 박병대 대법관(11기) 보다 5기수 후배로, 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기수면에서도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추천 직후 '검찰출신' 제청 유력 분위기
 
이 때문에 후보자 추천이 있은 직후 대법원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검찰출신의 이건리 검사장이 유력할 거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4명의 대법관 후보 추천 이후 양 대법원장은 곧바로 제청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7월10일 안 대법관 퇴임 이후 대법관 공석이 3개월에 달했기 때문에 양 대법원장도 서둘러 후보자를 제청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뜻밖의 장고에 들어갔다. 대법원에서는 "대법원장이 심사숙고 중이다. 종전보다 한층 검증을 강화하는 바람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수차례에 걸쳐 설명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다 보니 '청와대와 조율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대법원에서는 '갈등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소영 대법관 후보자
결국 양 대법원장은 후보 추천 14일 만에 김 후보자를 제청했다. 45세에 대법관이 된 이회창 전 대법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는 가장 어린 나이에 대법관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기수 면에서도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 대법원장의 이번 선택은 막판에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재야법조계나 시민단체 등의 다양성 담보 요구가 거셌던 것도 한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대법원 구성 등 양 대법원장의 사법관에 다소 변화가 생긴 것으로도 풀이되는 대목이다.
 
◇"재야 소외" 법조계 반응 '미지근'
 
양 대법원장이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의외로 미온적이다. 재조출신, 서울대 법대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협(회장 신영무) 측은 "여성대법관 후보가 제청된 건 환영 할만 하나 재조출신으로만 제청이 이루어진 건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를 천거한 한국여성변호사협회(회장 김삼화) 측도 "당연히 될 분이 됐다.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여성 대법관의 기수가 상대적으로 너무 많이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결정한 일로 그에 대해 뭐라 말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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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