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오너들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기아차, 대우차, 삼성차 등 오너 경영의 실패 사례가 분명 있다. 해외 기업의 개별 사례만 볼 게 아니라 그 사정까지 낱낱이 들여다 봐야 한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순환출자 금지 등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학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일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현황과 발전 세미나'에서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논의를 다뤘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이날 '글로벌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순환출자와 오너중심 경영은 글로벌 기업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며 오너 경영권에 제한을 가하는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유 총장은 독일 폭스바겐이 1990년대 초반 위기 상황에서 오너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경영에 직접 참여해 급성장시킨 사례를 소개하며 "위기에서는 신속한 집행력이 생존의 관건이기 때문에 힘 있는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형태가 오히려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토요타의 경우 미국식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양적 성장은 달성했지만, 이후 품질과 위기 대응이 미흡했던 예를 들며 오너 경영 체제를 옹호했다.
반면 오너경영이 위기 극복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진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아차와 대우차, 삼성차 등의 예에서 보듯 오너경영이 실패한 사례도 있다"면서 "위기 상황에서 오너경영체제가 유일한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폭스바겐과 토요타 등의 사례를 근거로 오너 경영 체제를 옹호할 게 아니라 개별 국가와 기업별로 다른 사정까지 모두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은 오너경영 체제이긴 하지만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가 분리돼 있고, 감독이사회의 절반이 노조 대표가 참여하고 있는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독일 은행들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 경영권에 개입하는 일도 일반화 돼 있기 때문에 폭스바겐의 사례를 근거로 오너의 경영권 제한을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토요타 역시 오너가 있으나 경영 전반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국내 재벌기업의 오너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각차도 뚜렷이 드러났다. 관련 법안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선 기업 활동의 제약과 경제활력의 위축을 우려했고 옹호하는 측에선 경제력 집중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정근 교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데 드는 최소 비용만 계산했을 때 14조6000억원이고, 수직적 지배구조 전환이나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이보다 훨씬 큰 금액이 소요될 것"이라며 "신규투자 감소, 일자리 감소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감소폭은 국내총생산의 2%를 웃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 교수는 "지난 10년간 10대그룹의 계열사 수가 두 배씩 늘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핵심 역량사업과 관계없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왔다"면서 "경제민주화 논의는 정치권에서 촉발한 게 아니라 대기업 집단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