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사업 주체간 주도권 싸움으로 중단되면서 서부 이촌동 주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개발 방식 등을 놓고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급기야 사업이 중단되자 보상만을 바라고 지금까지 빚으로 연명했던 대다수의 주민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민간출자사 중 일부 업체가 코레일을 상대로 3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사업자체는 더욱 큰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부 이촌동 주민, "통합이든 순차든 상관없다"
현재의 용산사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지는 꼴'이다.
사업 주체간의 감정싸움으로 오랫동안 보상을 기다리던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촌동 주민 김 모(56.남)씨는 "우리는 개발방식이 통합이든 순차든 아무 상관없다"며 "현재 한달 한달 빚 갚아 나가기도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든 빨리 주민 보상이 해결돼 빚문제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 용산역세권개발이 조사한 가구당 월평균 이자 부담액은 143만원에 달한다. 지역 주민 대부분이 소득 상당액을 매달 이자로 막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연매출 4000만원~5000만원 이하인 서민층인데다가 보상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 대출을 얻어 생활비나 사업비 등으로 쓰는 주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서부이촌동 일대 가구당 집값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4억~7억원 수준이다. 용산개발 사업이 중단되거나 보상이 몇년 더 지연되면 가구당 평균 3억4000만원 이상 빚을 낸 1250여 가구 주민 중 상당수가 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이 지역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팔아 빚을 청산하고 싶어도 5년전 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거래가 묶였다"며 "현재로서는 보상금이 빨리 지급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사회 일정 미정.."해결 기미 보이지 않아"
이런 서부 이촌동 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용산사태의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두 주체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
최근에는 일부 출자사가 코레일을 상대로 3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오면서 갈등의 폭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양측은 개발방식과 자금조달에 있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코레일과 기존 계획대로 통합개발로 추진해야 한다는 롯데관광개발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자금조달에 있어서도 3조원 규모의 증자를 요구하고 있는 코레일과 2500억원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관광개발이 자기들의 주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이러한 당면과제를 해결해야할 이사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현재 드림허브는 12월 중순까지 종합부동산세 160억원과 토지중도금 반환채권 이자 140억원, 공사 대금 등 1300억원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드림허브의 통장잔고는 400억원 수준. 이사회가 열리지 못할 경우 파산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현재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이사회 일정 문제로 협의 중에 있다"며 "사안이 시급한만큼 조만간 이사회가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