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금융감독원이 최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발표한 후 손해보험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개정안이 실시되면 보험료 수입(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드러내 놓고 불만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8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전면 개정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피해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표준약관 개정은 2002년 이후 10년 만이다.
보험약관이 개정되면 소비자는 원하는 위험보장 범위를 선택해 자기차량손해 보험료를 낮출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이 같은 약관 개정안이 적용되면 내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자차보험료에 대한 위험보장 범위를 앞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 가입할 수 있어 자차보험료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자차보험의 위험보장을 선택해 가입함으로써 보험료를 최대 35%까지 줄일 수 있다.
또 그 동안 면책조항에 포함돼 소비자에게 보장을 해주지 않았던 경우까지 보험사는 보험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자동차보험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에 보험료를 인하하고 마일리지·요일제 등 할인 특약도 줄줄이 출시해 2012 회계년도 손해율이 얼마나 올라갈지 예측조차 되고 않고 있는 상황인데, 수입보험료까지 줄어들면 적자 폭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이번 약관 개정안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해 불만이 상당하지만 최근 '경제민주화'를 내건 서민경제가 이슈로 떠오른 만큼 의견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각종 할인 특약에 수입보험료도 줄고, 무먼허에 마약·약물복용 운전자까지 보험사에서 보장해주면 결국 이 모든 것이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약관 개정으로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업게 한 관계자는 "자차담보와 자기신체담보의 위험에 선택적으로 가입하게 되면 과잉수리 등의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며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심사)이 더욱 정밀해져 보험사기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자차보험에서 충돌·접촉·도난 등에 의한 손해를 선택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 그 동안 자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잠재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이번 자동차 보험 관련 약관 개정은 보험사에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동시에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