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가까이 국내 증시를 휩쓸었던 제약주 인수합병(M&A) '광풍'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 들었다.
급등 후 급락했던 제약사들의 주가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폭증했던 거래량도 평소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올해 내내 증시를 달구었다가 급랭하곤 했던 각종 테마주 열풍처럼, M&A 이슈도 한 차례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이번 해프닝을 들여다 보면 일반적인 테마주와는 다른 배경도 있다. 열풍의 시작이 한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의 공식발언으로 시작됐다는 점이 그것이다.
“세계적인 제네릭 제약사인 이스라엘 테바가 매출 1000억원대의 국내 제약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제약주는 투기의 한복판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있었던 미국 알보젠의 근화제약 인수도, 외국 제약사의 국내업체 인수에 대한 개연성을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곧바로 ‘묻지마 투자’가 뒤따랐다.
인수합병의 타당성이나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시장에서 지목한 제약사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몰려 들었다.
상한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해당 제약사는 조회공시를 통해 “인수합병과 무관하다”는 해명을 서둘러 내놔야 했다.
하지만 투기열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이 회사가 아니라고 하니 저 회사는 맞을 것”이라는 심증만으로 또 다른 회사가 상한가 행진에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이런 식으로 ‘사실무근’임을 밝힌 제약사가 명문제약, 유나이티드제약, 유유제약, 국제약품 등 4개에 이른다. 비슷하다 싶으면 일단 지르고 보는 투기의 습성이 여지없이 재현된 셈이다.
제약주 전반으로 자금이 몰려든 가운데, 일부 기업의 대주주는 재빨리 시세차익에 나서는 모습을 여지없이 되풀이 하기도 했다.
결국 가장 마지막으로 조회공시 대상에 올랐던 한독약품이 “테바와 합작사 설립에 대한 예비협상을 진행 중이며 M&A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 인수합병 테마는 일단락됐다.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폐허가 남는다. 상한가 행진을 보고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은 하한가 반전 속에 가슴을 칠 수 밖에 없다. 피눈믈을 흘리는 개미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증시는 병들어간다.
약가 인하 등의 악재로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제약주는 하반기 들어 경기방어주로 각광받으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여왔다. 여기에다 인수합병 이슈가 가세하면서 한때 암울했던 제약주의 분위기는 180도로 달라졌다.
M&A 이슈는 별도로 하더라도, 제약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 한 달간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10% 가량 올라, 같은 기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코스피지수와 대조를 이뤘다.
불확실한 테마에 휩쓸려 부화뇌동하기 보다는, 펀더멘털과 장기 성장성에 주목하는 정공법적인 투자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때다.
손정협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