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광준 계좌 영장청구 기각' 검·경 '폭풍전야'

윤석열 특수1부장 "내용·형식 안 맞아..기각 의도한 듯"
경찰 당혹감 속 대책 논의..집단행동 조짐도 관측

입력 : 2012-11-16 오후 9:53:1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경찰의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청구를 기각한 검찰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또 한 번 검·경간 갈등의 폭풍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특수1부장은 16일 경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기각사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공식 기각사유 '필요최소한도의 원칙·비례의 원칙' 위반
 
공식적인 기각 사유는 '필요최소한도의 원칙, 비례의 원칙' 위반이다.
 
 
검찰의 영장 청구기각 사유 중 가장 직접적인 것은 김 검사의 계좌를 압수수색하기에 앞서 돈을 줬다는 입금자를 먼저 조사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사와 증거자료가 빠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불법적인 목적으로 돈이 건너갔다는 의심이 확인되지 않았고, 김 검사가 자신의 계좌가 공개된다는 강제처분의 불이익을 감수할만한 이유가 부족하다고 봤다.
 
윤 부장은 "김 검사의 수뢰 혐의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차명계좌주인 최모씨에게 입금한 사람을 조사하는 것이 우선인데 영장 신청기록에 최씨 계좌에 돈을 입금한 사람과 송금자에 대한 조사 내용이 전혀 편철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강제영장의 청구라는 것은 수사기록에 합당한 증거자료가 있어야지 언론보도를 보고 신청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꼬집고 "경찰이 청구한 영장은 통상적인 수사지휘 관행과 기준, 원칙에 의하면 응당 기각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 보도를 보면 경찰 지능수사과에서 자신들이 붙일 자료를 다 붙였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신청한 사람들의 생각"이라며 "객관적인 영장기준에 의하면 이런 영장을 가지고는 피의자에 대한 강제수사를 청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영장 형식 처음 봐"
 
윤 부장은 영장청구 형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일반적인 통상의 영장신청과 동일하게, 통상적으로 스크린하는 입장에서 검토를 했지만 이번에 경찰이 신청한 영장 형식은 처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부장의 말에 따르면, 통상의 영장신청서는 범죄사실, 압수수색 사유, 압수수색 물건, 압수수색 장소 등 4가지로 구성되는데 경찰이 제출한 영장신청서는 '범죄사실 또는 별도의 혐의사실'이라고 쓰여 있는 등 일반적인 영장신청서 형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범죄사실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차명계좌의 개설과 차명 통장의 수수'로 되어 있고 그 다음에 다시 '혐의사실'이라는 것을 뒀다. 검사 생활하면서 처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장은 "경찰을 지휘하는 특수부장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면서 수사방식과 수사지휘권에 대한 경찰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검찰 수사지휘권 잠탈한 것"
 
윤 부장은 "최씨의 계좌에 입금한 사람을 먼저 조사하지 않고 기록도 편철하지 않고 영장을 신청했다는 것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잠탈한 것"이라며 "수사가 안됐다면 단순히 차용금이라는 것을 뒤엎을 자료가 없는 데서 7, 8일 언론에 수사내용을 확인해주고 보도가 나가게 한 것은 올바른 수사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고위공직자의 부패수사는 보안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이런 원칙에 맞지 않는 (경찰의)수사방식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며 "이번 사건 수사내용에 대해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하면서 수사를 진행하는 태도는 올바른 부패수사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 선에서 끝내지만 앞으로 이런 수사 태도가 계속될 경우 수사의 목적과 수사의 자세에 대해 신중히 검토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에둘러 경고했다.
 
경찰의 이번영장 청구가 수사 외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했다.
 
◇"기각 의도한 것으로 보여"
 
윤 부장은 "수사는 범법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기소를 준비하는 행위여야 하지 그 외에 다른 목적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영장을 신청해서 발부 받으려면 입금자를 조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없다. (기각을)의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의 영장청구에 대한 결론을 내기에 앞서 검찰 내부에서 나온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영장을 검토한 검사가 (경찰이)기각당하려고 올린 영장같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고민했다. 기각으로 내려가면 수사방해라는 식으로 나올 것이고, 어차피 특임검사팀에서 영장을청구할 수도 있으니 법원에 청구해주자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부장은 "여러 사정을 감안하고 논의를 거쳐 늘 해오던대로, 원칙대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가운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영장청구 기각은 명백한 수사방해"라며 이날 저녁 전국 대표들이 서울의 한 식당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집단행동의 조짐도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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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