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부실시공 감리하자..준공후 '벌점 부과' 처분 적법"

입력 : 2012-11-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설치단계에서 교각 부실공사를 확인하지 못한 감리하자가 있었을 경우, 준공 이후에라도 벌점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지자체에서 도입한 대규모 공사에서 부실한 감리를 한 책임감리업체의 잘못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인천교통공사는 지난 2008년 6월 26일 인천 월미도에 설계·시공입괄입찰 방식을 통해 모노레일 설치공사를 시행했다. 소송을 낸 원고들은 이 설치공사의 감리자다.
 
모노레일 설치공사는 토목, 건축, 기계 공정이 포함된 구조물 공사와 전기, 신호, 통신, 차량 공정이 포함된 시스템 공사로 구성돼 있는 복합공사다. 그 중 토목공사는 지중에 말뚝을 설치한 이후 지상으로 교각을 말뚝과 연결해 세우고, 교각상부에 거더를 볼트로 접합해 거치한 후 그 위에 콘크리트 슬라브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설치공사에서 교각의 상당수가 허용오차 범위를 벗어나 시공되자 교각과 거더의 볼트접합이 불가능해졌고, 시공사인 A사 등은 일부를 용접공법으로 시공했다.
 
이후 언론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보도하자 행정안전부는 모노레일 설치공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 인천교통공사는 감리자인 B사의 감리하자를 지적해 부실벌점을 부과했다.
 
결국 시공사는 교각의 시공오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더 하면의 강판을 확대해 볼트공법으로 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교각과 거더의 불일치로 차량지지 가이드레일 구간이 휘어지는 등 시운전 중 차량가이드축이 부러지고 차선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1심은 '말뚝 시공오차로 교각과 거더가 일치하지 않아  용접공법이 적합했고, 피고도 이를 알고 승인했다. 원고들은 감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용접공법으로 시공하게 한 것은 감리하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강민구)는 인천월미관광특구 모노레일 설치공사의 감리자로 지정돼 감리업무를 수행한 B사 등이 인천교통공사장을 상대로 낸 부실벌점 부과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들이 '용접공법으로 변경해 시공해야 한다'고 피고에게 보고한데 대해, 피고는 구조적 안전성 여부를 검증하고 신뢰성 있는 기술검토를 통해 처리할 것을 명했지만 원고는 볼트공법 시행 방안, 용접공법의 기술검토 등을 거치지 않고 하루 만에 용접공법으로 시공했다"며 "이는 감리 하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뚝위치 오차를 측량한 결과 상당수의 교각이 허용오차 범위를 크게 벗어나 부실시공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막연히 이 설치공사에서 선택한 단일현장타설말뚝공법이 아닌 기설말뚝공법에 대한 허용오차기준을 적용해 말뚝위치 오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교각 시공단계에서 검토·확인 작업을 소홀히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모노레일 설치공사에서 원고가 벌점을 부과받은 경위와 용접공법 시공이 교각 부실시공의 원인인 점에 비춰볼 때, 피고는 당초부터 원고들이 교각 부실시공을 확인하지 못했던 감리하자를 벌점부과 처분 사유로 삼은 것으로 이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진행 중 부실공사가 적발돼 보완시공이 필요하거나 공사지연이 발생한 경우에는 준공 이후라도 부실벌점을 부과해야 이후 다른 공사에서도 부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피고들의 준공 이후 벌점부과 처분은 어느모로 보나 정당하고 이를 문제삼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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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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