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日 엔화 약세 행진..아베 기대감 어디까지?

입력 : 2012-11-21 오후 2:51:08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의 달러·엔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기대감과 무역 적자 등 이슈에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21일 달러·엔 환율은 오후 2시36분 현재 전일보다 0.24% 오른 81.87엔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월5일의 82.39엔 이후 최고치다.
 
일본의 엔화 약세는 BOJ가 통화 완화 기조를 사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이후 가속화 됐다.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경우 BOJ에 대한 통화 완화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만 엔화 가치는 달러대비 2.33% 하락했고 이번주에도 추가로 0.68% 내렸다.
 
◇달러 엔 환율 변동 추이 (자료: 대신증권)
 
◇아베 총재의 물가 3% 목표와 무제한적 양적완화 계획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지난 15일 내년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3%로 제시하며 이를 달성할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며 5개월 연속 마이너스권에서 움직였다. 아베 총재가 주장하는 3%는 물론 BOJ의 현행 목표치인 1%에도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베 총재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역시 제로금리와 마찬가지인 기존수준에서 마이너스 금리로까지 끌어내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5% 감소하는 등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자 인플레이션 요인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아베 총재의 구상에 시라가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BOJ는 전일 통화정책회의 결과 기준 금리를 현행 0~0.1%로 동결하고 자산매입규모 역시 종전의 91조엔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0일 11조엔 규모의 자산매입기금을 증액하며 2개월 연속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든 후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제한적으로 통화를 찍어내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BOJ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일격했다. 
 
다만 시장은 다음달 총선이 종료된 후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추가 부양책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며 엔화 약세를 지지했다.
 
◇무역적자도 엔화 약세 기조에 한 몫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일본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는 점도 엔화 약세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지난달의 무역수지가 549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수출이 6.5%, 수입이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의 외교 갈등의 영향으로 이 기간 대중 수출은 11.6% 급감했다. 중국이 일본의 최대 무역 파트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치명적인 위협 요인이다.
 
션 칼로우 웨스트팩뱅킹 선임투자전략가는 "무역 적자가 이어진 것이 엔화 약세 기조를 보다 강화시켰다"며 "일본 수출업체들의 부진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라시마 키이치 시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BOJ에 대한 통화 완화 압박이 보다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 기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화 완화에 우호적인 아베 총재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다 수출 역시 일정 기간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후지타 요시츠구 스미토모미츠이신탁은행 부사장은 "엔화 약세 기조가 빠른 시일 내에 반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츠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선임투자전략가도 "일본의 무역적자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엔화 약세 환경 속에서 무역적자는 엔화를 내다파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 역시 "최근 일본의 정치적 이벤트를 보면 엔화가 유턴할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며 "수출 감소와 막대한 정부부채 등 일본 경제 개혁이 더딘 점은 엔화 환율을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아베 총재가 총리의 자리에 오를 경우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되는 BOJ 총재 자리에 자신과 시각을 함께하는 사람을 올릴 것이란 전망 역시 일본의 엔화 약세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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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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