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지는 대한변호사협회장 후보 등록을 5일 앞두고 재야 법조계가 선거 전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변협(회장 신영무)은 최근 유력 입후보 예정자가 사설 여론조사기관에 입후보예정자별 지지도를 전국 변호사들을 상대로 조사한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20일 전국 회원들에게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이메일을 통해 보냈다.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 이건호 위원장(75·고등고시 12회) 명의로 보낸 이 공문에는 해당 여론조사 기업에게 여론조사를 중단할 것과 조사 위탁자를 밝힐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포함됐다.
변협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관리 규칙상 여론조사는 선관위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위반자는 제재하도록 되어 있다.
재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여론조사는 단일화를 논의 중인 유력 입후보 예정자 중 한명인 A변호사가 상대 예정자인 B변호사와 협의 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A, B 변호사는 단일화에서 승리하기 위해 회원변호사들을 상대로 이메일 등을 통해 지지를 호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B변호사는 당초 다른 유력 입후보예정자인 C변호사와도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결렬 된 것으로 전해졌다.
B, C 변호사는 지난 8월부터 변협회장 출마를 두고 본격적인 물밑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과거 변협회장 등을 역임한 재야법조계 원로들이 두 변호사의 단일화를 주선했으며, 지난 10월 최종적으로 B변호사로 결정됐다.
그러나 C 변호사가 돌연 단일화 합의를 깨고 변협회장 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이런 와중에 A변호사가 B변호사에게 단일화를 제의한 것이다.
재야 법조계의 한 중견 변호사는 "오랫동안 변협회장 선거를 지켜봤지만 이번처럼 이합집산 양상이 두드러진 것은 처음"이라며 "변협 직선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순수해야 할 변호사 단체장 선거가 출판기념회 등 사람들을 모아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는 등 기성 정치인의 구태를 닮아가는 것 같아 벌써부터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고 말했다.
또 한 청년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무산됐지만 후보 단일화 등에 원로들이 개입하는 것은 아직까지 변호사 단체장 선거가 후진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까지 입후보가 유력한 예정자는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56·사법연수원 17기), 양삼승 전 대한변협 부협회장(65·4기), 오욱환 현 서울지방변호사회장(52·14기), 위철환 경기중앙변호사회장 겸 현 변협부회장(54·18기), 하창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58·15기) 등(이상 가나다순)이다.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로 실시되는 이번 변협회장 선거는 이달 26~30일까지 후보등록을 마치고 내년 1월11일 조기투표를 실시한 뒤 사흘 뒤인 14일 전국에서 동시 투표가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