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정부의 저축성보험 비과세 폐지 방침을 두고 설계사를 비롯한 대리점 등 보험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즉시연금의 비과세 혜택이 사라질 경우 은퇴자의 노후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보험차익 비과세 축소 철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철회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대리점 대표 및 보험설계사 등 150명은 "힘없는 중산서민층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세제개편안을 반대한다"며 "장기저축성 보험에 대한 비과세제도 폐지를 중단하고 현행 비과세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저축성 보험 보험차익 비과세 제도 축소가 포함된 세제개편안은 서민생활 안정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중도인출과 계약자 변경에 대한 과세는 부자 증세의 득보다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시연금은 한 번에 목돈을 낸 뒤 매달 원금과 이자를 쪼개 미리 정해둔 기간 동안 연금으로 받는 보험상품이다.
연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은 대개 연 4.4~4.6%로 일반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변동금리인 공시이율이 낮아질 경우에도 연 2~2.5% 수준의 최저이율을 보장한다.
정부가 즉시연금의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고액자산가들의 세금 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즉시연금 가입자 가운데 정부가 지적한 '고액자산가'는 8%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업계 빅3(삼성·한화·교보)의 즉시연금을 분석한 결과 전체 보유계약 중 납입보험료 1억원 이하 비중이 55.6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억원 초과~3억원 이하가 27.66%,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10.11%,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5.63%, 10억원 초과는 1.01% 등의 순이었다.
즉시연금이 주로 중산층 또는 은퇴자들이 주로 가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인 셈이다.
생명보험업계는 예치 금액에 따라 과세 여부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치금액 3억원까지는 종전처럼 비과세 혜택을 주고, 3억원이 넘으면 과세해야 한다는 얘기다.
3억원은 직장 은퇴자들의 평균 퇴직금과 비슷한 액수인 만큼 탈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세법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은퇴자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불만들이 제기돼 왔다"며 "업계 차원에서 예치금액에 따라 과세 여부를 달리해야 한다는 점을 국회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즉시연금이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은퇴한 사람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은퇴 준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비과세 혜택을 없앨 경우 은퇴자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예치금액에 상관 없이 모두 과세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이다.
금융계 한 전문가는 "은퇴 후 매달 적은 돈이나마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퇴직금을 즉시연금에 예치하려는 은퇴자들이 세금폭탄을 맞게 생겼다"며 "부자증세를 위한 정책 선택이 애꿎은 은퇴자를 잡을 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