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총장 · 중수 부장 정면 충돌..사상 초유 ‘검란’

입력 : 2012-11-29 오후 10:54:53
[뉴스토마토 최현진 기자] 앵커 : 검찰은 상명하복의 문화가 매우 강력한 곳입니다. 그런 검찰에서 검찰 수장인 검찰총장과 핵심 참모인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맞붙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검란’입니다. 결국 한상 검찰총장은 사퇴를 거론했습니다.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지 현장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최현진 기자,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정면충돌 했습니다. 검찰 수장과 검찰 상징의 맞대결. 어찌 된 겁니까?
 
기자 : 네. 어제 저녁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갑작스레 브리핑을 예고했습니다. 감찰본부의 브리핑은 매우 짧았지만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김광준 부장검사에게 언론 대응 등에 대한 조언 등 ‘부적절’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검사로서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겁니다. 이것을 이유로 감찰본부는 최 부장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사안이 가볍지 않은데요. 최재경 중수부장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 최재경 중수부장은 브리핑이 발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즉각 입장을 발표하고 “검사 수뢰사건, 성추문 사건 이후 총장 진퇴 문제 등 검찰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대립이 있었다. 그것이 오늘의 감찰조사로 나타났다”고 자신에 대한 감찰 개시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정면충돌이 일어나자 전국 각지의 부장 검사 이상 간부급 검사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앵커 : 오늘 검찰 분위기가 장난 아녔을 것 같습니다. 검찰 간부들이 총장실로 가 사퇴를 요구했다면서요?
 
기자 : 오늘 오전 9시쯤 채동욱 대검차장을 비롯한 전 대검 부장(검사장급)들은 총장실에 올라가 총장의 용퇴를 건의했습니다. 최 부장을 제외한 대검 간부들은 "더 이상 총장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면서 "명예롭게 용퇴하라"고 한 총장에게 말했습니다. 이어 대검 기획관들과 과장들이, 이 후에는 대검 연구관들이 용퇴를 건의했습니다. 한 총장은 이 과정에서 고성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전만 해도 한 총장은 사퇴거부 의사를 뚜렷히 밝히며 온도차를 드러냈지만, 결국 오후 들어 한 발 물러섰습니다. 한 총장은 내일 중수부 폐지안이 들어간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 사태가 결국 이렇게까지 흘러간 근본 원인은 어딨습니까?
 
기자 : 한 총장의 검찰개혁 방안에 담길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가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된 것입니다. 한 총장은 뇌물수수 검사 사건, 성추문 검사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퇴론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한 총장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검찰개혁안을 내놓고 국민들 앞에 다시 한 번 사과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한 총장이 지난 22일 검찰개혁안에 중수부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 중수부가 어떤 조직이길래, 일선 검사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겁니까?
 
기자 : 중수부는 특수검사를 주로 하는 특수통 검사들에게 심장과도 같은 기관입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수사를 벌일 때마다 중수부 폐지 문제가 나왔는데, 검찰은 그때마다 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중수부 폐지를 반대해왔습니다. 중수부는 검찰의 수사력과 파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기에 몰린 한 총장이 '수뇌부 퇴진론'을 무마하기 위해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들자 일선 검사들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또 한 총장이 중수부장 감찰 사실을 지시하고 이를 언론에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반발이 표면화 돼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각자 자신들의 이익, 조직을 지키기 위한 힘싸움이라는 것입니다. 검찰 개혁문제와는 거리가 먼 다툼입니다.
 
앵커 : 그 밖에 다른 원인은 없나요?
 
기자 : 회삿돈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최근 예상보다 낮은 징역 4년이 구형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봐주기 구형' 논란이 빚어졌는데요. 평소 최태원 회장과 테니스를 함께 칠 정도로 절친한 사이인 한 총장이 구형을 낮추라고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아울러 고대 출신인 한상대 총장과 서울대 라인인 최 부장을 축으로 검찰 내의 서울대 라인과 고려대 라인이 충돌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결국 한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앞으로 사태, 어떻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기자 : 오늘 오후 한상대 검찰총장이 결국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묻기 위한 사표제출입니다. 한 총장은 내일 오후2시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한 뒤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진정성이 의심됩니다. 사퇴 표명이 아닌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고 거기에도 대통령의 '신임을 묻기 위해'라는 말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한 총장이 거센 사퇴요구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임면권자인 대통령 뒤에 숨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은데요. 청와대가 한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 검찰 내부와 정치권에서는 한 총장의 사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지만 청와대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얼마남지 않는데다 한 총장은 권재진 법무장관과 함께 ‘MB맨’으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선뜻 내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무난한 임기 말 마무리를 위해 한 총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는 것도 결정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입니다. 선거 사범 등 대선 정국에서 검찰 나름의 역할이 있는데 수장이 없을 경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겁니다.
 
앵커 : 청와대가 한 총장의 사표를 받아들일까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기자 : 하지만 청와대가 결국 한 총장의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검찰 내부에서부터 리더십이 크게 손상된 한 총장이 검찰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한 총장이 사퇴하게 되면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총장을 임명할 때까지 3개월가량 공백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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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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