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대통령의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퇴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총장은 29일 "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발표를 한 뒤 대통령의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한 총장은 채동욱 대검차장과 대검찰청 부장(검사장급)들로부터 '용퇴'요구를 받았다. 채 차장 등의 촉구는 전날 전국 지검 부장들이 모아 전달한 뜻이다.
한 총장은 채 차장 등에게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대검 기획관들과 과장들이, 이 후에는 대검 연구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오까지 한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서울중앙지검 부장들 대표단이 총장실로 올라와 용퇴 촉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성추문' 사건의 지휘책임을 지고 사퇴한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도 이날 "한 총장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외부에서 지원사격을 했다. 그러나 한 총장은 정오가 되어도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한상대 검찰총장
한 총장이 1시50분쯤 공식입장을 밝혔다. 사퇴 표명이 아닌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거기에도 대통령의 '신임을 묻기 위해'라는 말을 붙였다.
여기에서 한 총장이 거센 사퇴요구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임면권자인 대통령 뒤에 숨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총장의 말을 접한 전직 검찰 간부는 "한 총장이 사퇴할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사태는 검찰총장 한 사람이 사퇴하고 말고 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검찰 전체가 개혁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객관적으로 볼 때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한다는 것은 사퇴의사를 진정으로 밝힌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검찰과 국민에게 혼돈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절차상으로 총장은 대통령이 임면하게 돼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대통령이 국민에게 신임을 묻는 것도 아니고 모양새가 점점 이상해져 가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퇴임한 검찰출신 변호사는 "그럼 대통령이 신임한다면 계속하겠다는 얘기냐? 조직 내부에서 신임을 못 받았는데 정상적인 지휘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중수부장 감찰사태’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수사실무팀 검사는 “연말이라 처리할 일도 많은데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