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주택 담보대출시 시중은행 대출자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 반환 책임을 둘러싼 엇갈린 1심 판결이 나와 향후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고객들은 "불공정한 약관"이라며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을 냈고, 은행측은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으므로 약관 자체가 무효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각 법원은 '대출거래 약관의 불공정성' 여부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
지난달 2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근저당권 설정비의 은행 측 반환 책임을 인정한 반면, 6일 서울중앙지법은 은행이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돌려줄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재판장 고영구)는 은행 대출고객 270여명이 '근저당권 설정비 4억3000여만원을 반환하라'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약관에는 문제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같은 법원 민사합의33부(재판장 이우재)도 고객 100여명이 중소기업은행, 하나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시티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관련 약관은 약관조항 자체에 의해 인지세 및 근저당권설정 비용을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섭을 통해 선택권을 부여한다고 봤다.
따라서 근저당권 비용설정 계약은 '개별약정'에 해당하는데, 이 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는 요건을 갖추지 않아 무효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또 "담보 제공에 따른 이익이 고객에게 귀속되므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고객이 비용을 부담하는게 불공정하다 보기 어렵고, 고객들은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담한 경우 그 대가로 저렴한 대출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율 등의 혜택을 본 점, 원고들이 체결한 대출약정의 40%는 은행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체결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약관조항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재판부는 앞서 대법원이 지난해 8월 '근저당 설정비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가 부담케 한 은행 약관은 불공정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 표준약관을 사용하도록 한 처분이 적법한지를 가린 것일 뿐"이라며 "그렇다고 자동으로 이 사건의 약관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달 2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창경 판사는 유사소송에서 금융기관이 대출자들에게 부담하게 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돌려줘야 한다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창경 판사는 근저당권설정계약에 적용된 약관은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출 관련 부대비용 중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고객이 부담하게 하고 있어 고객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판사는 "근저당권설정 약관에 따르면 외형상 대출 관련 부대비용의 부담에 관해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은행과 고객의 거래상 지위, 거래의 현실 등에 비춰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출거래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금융기관이 대출 부대비용 중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고객이 부담하게 하거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법 등으로 이를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있게 한 약관조항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는게 판결의 취지다.
근저당권 설정비란 담보대출 때 발생하는 부대비용으로 등록세, 교육세, 등기신청 수수료, 법무사 수수료 등을 일컫는다. 통상 1억원을 대출받을 때 70만원 안팎이 발생한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은행이 대출자에게 전가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돌려달라는 4만2000명을 대신해 1500여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