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근저당설정비 판결 문제없다" VS 시민단체 "실망. 항소"

근저당권 설정비 잦은 약관 개정이 소송전 '불씨'

입력 : 2012-12-07 오전 9:53:48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법원이 근저당권 설정비용 반환소송에서 은행 손을 들어주면서 은행권과 시민단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유사 집단 소송이 늘어날 경우 반환 청구금액이 무려 10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었던 만큼 금융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반환 소송은 왜 시작됐나..잦은 약관개정 탓
 
7일 법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이우재 부장판사)와 민사37부(고영구 부장판사)는 6일 주택담보대출 수요자 370명이 대출시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를 반환하라고 은행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근저당권이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줄 때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채무자의 집이나 땅을 담보로 잡아두고, 그 권리를 등기부등본에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근저당 설정비용은 근저당을 설정할 때 들어가는 행정수수료 등 비용이다.
 
최근의 근저당설정비용 반환 소송은 사실 약관이 자주 개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저당권 설정비용 부담에 관한 약관조항은 최초 고객 부담형에서 선택형으로, 다시 은행 부담형으로 변경됐다.
 
지난 2003년 이전에는 비용을 모두 고객이 부담하게 돼 있었지만, 이후 선택형 표준약관이 적용되면서 담보대출 고객과 은행 직원은 근저당 설정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정하게 됐다.
 
설정비용을 은행이 부담하는 경우 이를 반영해 금리를 산정하는 반면 고객이 부담하는 경우는 은행이 부담하는 경우 보다 약 0.2% 정도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돼 실질적으로 고객이 지출하는 총 금액은 동일했다.
 
지난 2005년, 선택형이 아닌 은행부담형 약관으로 개정됐다. 이에 따라 약관이 바뀌기 이전 대출 고객들이 근저당권 설정비용에 대한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은행 "당연한 결과..소송 자체 문제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담보 제공에 따른 이익이 고객에게 귀속되는 이상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고객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고객이 설정비 부담 대가로 금리 혜택을 본 점 등을 고려하면 약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은행은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은 설정비 부담여부에 따른 금리 차이를 고객에게 설명했고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할 경우 금리 인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부여했다"며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은행권은 "선택형 표준약관이 불공정해서 은행부담으로 약관이 바뀐 것이 아닌데 의미가 오인되면서 무차별적으로 반환청구소송이 잇따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고객은 설정비용을 부담하고 담보를 설정해 주는 대신 신용대출에 비해 더 낮은 이율로 더 많은 금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설정비용을 고객이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는 "소비자단체들이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차원에서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신중한 검토 없이 불필요한 대규모 소송을 주도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 점이 아쉽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오해들이 불식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실망적인 결과"..항소·조정 등 추후 대응책 마련
 
반면 시민단체들은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 것을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항소하겠다"며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소송이 아닌 조정 등의 방법으로 반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아쉬움도 있지만 예상됐던 결과”라며 "소송이 아닌 조정을 통해 근저당 설정비 반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법원에 항소를 거듭하는 동안 시간 및 경제적 비용이 막대하게 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조 대표는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은 잠재 소송 대상자가 200만명 이상"이라며 "소송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된다면 소송 만능주의로 변질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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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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