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재정절벽을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부자증세안'이 미국의 부유층에게 큰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알고 보면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금 코드의 복잡성 등으로 실제로 부자증세에 포함되는 가구는 많지 않으며 심지어 부유층 조차 세금인상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美고소득층, 부자증세에 따른 충격 크지 않아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연소득 25만~30만달러인 경우 오바마의 부자증세로 인해 세금 부담이 커지는 가구 비중은 전체의 32.3%에 그쳤으며 증세액은 669달러로 소득의 0.2%에 불과했다.
30만~35만달러인 소득 구간에서도 실제로 세금이 늘어나는 가구 비중은 76.9%였으며 35만~40만달러는 87.8%, 40만~50만달러 97.5% 순으로 확대됐다.
신문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하는 '소득'이 한 가족이 벌어들인 총 수입이 아니라 세금분류상의 '소득'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정부는 모기지 또는 자선 기부금에 대한 세금은 매기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연 소득이 똑같은 가족일지라도 대부분 서로 다른 세율을 적용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일례로 부부의 급여와 투자소득이 30만달러 이상일지라도 각종 소득공제와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금 등을 제외한 뒤 조정 총소득이 27만달러일 경우 이에 대한 세율이 적용돼 실제 세금인상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의 부자증세가 통과될 경우 연 소득 25만달러 이하인 미국인들은 세금을 더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자증세를 언급하기 시작한 2008년 9월에도 "나의 계획대로라면 연 소득 25만달러 이하인 사람들은 소득세나 자본이득세 등 어떤 경우에도 이전보다 더 높은 세금을 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뉴욕타임즈는 "오바마의 부자증세안은 대대적인 감세조치에 따른 위기를 피하기 위해 25만달러 이상인 가구에 한해 감면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미국인 대부분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협상 실패하면 진짜 '세금폭탄'..저소득층 고통↑
하지만 공화당과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절벽 협상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2000년대 초반 부시정권이 단행했던 대대적인 감세조치 철회로 자본이득세, 배당, 급여 등 대다수 미국인들이 소득에 관계없이 전면적인 세금인상에 직면하게 된다.
에릭 토더 세금정책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의회가 재정절벽 협상에 실패할 경우 미국인에게 미칠 충격은 엄청나다"며 "미국인 10명 중 9명은 세금청구서가 급증할 것이며 평균 3500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상위 소득 1%인 가구는 12만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하고 중산층 가정은 2000달러의 부담을 지게 된다. 미국인들의 세후 소득은 6.2% 줄어들 전망이다.
그는 "감세조치 철회에 따른 전면적인 세금 인상은 소득에 관계없이 고통스러운 일이다" 면서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자녀에 대한 소득공제 축소에 따른 양육비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