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글로벌 경쟁력, 위기순간 R&D 투자 덕?

입력 : 2012-12-11 오후 6:54:20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해외 대표 기업들의 쇠퇴 원인을 연구개발(R&D) 축소에서 찾고, R&D 부문에 대한 세제지원 유지 및 확대를 주장했다.
 
전경련은 11일 '경기침체기 기업생존 전략' 보고서를 통해 "최근 소니와 샤프, 파나소닉 등 일본의 대표기업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이유로 투자를 축소한 때문"이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에 R&D 세제지원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의 투자 감소가 고용 감축으로 귀결된다고 강조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R&D 세액공제 제도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강한 반대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전경련은 현대차와 삼성전자를 사례로 들며 R&D 세액공제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경련은 현대차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점유율 상승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로 R&D 투자를 꼽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GM과 일본 도요타, 혼다 등의 자동차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액을 일제히 줄인 반면 현대기아차는 이와 반대로 R&D 금액을 꾸준히 증가시켜 점유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비는 2008년 1조9000억원, 2009년 2조원, 2010년 2조3000억원, 2011년 2조4000억원씩 매년 증가추세를 이어갔다.
 
경쟁사인 도요타의 경우 2008년 12조5370억원, 2009년 11조8303억원, 2010년 9조4878억원, 2011년 10조2076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2010년까지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GM 역시 2008년 9조576억원에서 2009년 6조3280억원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뚝 떨어졌으나 2010년 다시 7조4053억원으로 올라섰다.
 
도요타는 2009년과 2010년 급발진 문제로 대량 리콜 사태를, GM은 2009년 6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을 선언하며 일시적으로 주춤했으나 위기 사태 이후 다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이다.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선전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의 대외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한 원동력을 연구개발에 한정해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품질 제고와 현지의 눈높이에 맞춘 차종 생산, 마케팅 전략 등 다각적인 전략을 펼쳤기에 점유율 상승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연구개발이 품질력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한 것은 맞지만, 무엇보다 계열사들에 대한 부품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모듈화를 이끌어낸 점이 점유율 확대의 주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R&D 투자 증가가 아니라 부품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제품 경쟁력을 높인 때문"이라며 "여기에 도요타의 리콜사태, 지난해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사태 등의 반사이익을 누린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LCD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이 일본의 소니와 샤프, 히타치 등의 업체를 따돌릴 수 있었던 비결 역시 R&D 투자에서 판가름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일 양국 기업의 2008년 대비 2010년 R&D 투자비용은 샤프, 히타치, 소니 등 3개사가 평균 31.7% 감소한 반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무려 77.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합계 점유율이 46%를 기록하며 18.5%인 일본 업체들을 여유롭게 제친 것도 바로 이 시기의 연구개발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간 세계시장을 지배해온 일본 공룡의 몰락도 국내 기업들의 비상에 큰 요인이 됐다는 반론도 있다.
 
파나소닉의 경우 LCD TV와 경쟁에서 밀린 PDP TV에 '올인'하며 국내 기업에 추월당했다. 한때 LCD 패널 시장을 주름잡던 샤프 역시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서 빚더미에 오른 케이스다. 패널 가격이 급락하는 국면에서 과잉 투자에 나섰다가 오히려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 기업의 위기가 국내 기업엔 오히려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가 됐던 셈이다.
 
전경련은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와 연구인력 채용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의지를 북돋을 수 있게 과감한 조세지원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미래산업팀 팀장은 "최근 국회에서 대기업에 적용되는 R&D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기업 투자 감소에 따른 고용 감축 등 지체된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정치권과 정부는 R&D 세액공제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정부가 직접 나서 R&D 투자세액 공제에 따른 투자와 고용 창출 효과를 면밀히 따져보고, 필요한 부분에 한해 일몰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혜택은 그동안 대기업에 집중됐다"면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성과나 효과를 엄격히 따져보고 세제를 공제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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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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