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평사, STX그룹 계열사 신용등급 일제히 '강등'

입력 : 2012-12-28 오후 2:14:55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최근 유동성 위험에 빠진 STX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해운업이 활기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STX그룹 계열사의 장·단기 신용등급 및 무보증회사채,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한 것.
 
28일 국내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STX그룹의 지주회사인 STX(011810)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내린데 이어 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모두 강등했다.
 
STX조선해양(067250)STX엔진(077970)의 신용등급은 각각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고, STX팬오션(028670)도 기존 A에서 'BBB+'로 두 단계 내렸다.
 
이 외에도 STX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B+'로, 포스텍은 A3+에서 'A3'로 각각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STX그룹 계열사의 무보증사채 및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한기평은 STX와 STX조선해양의 무보증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각각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STX팬오션의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BBB+'로, 기업어음은 A2에서 'A3'로 강등했다.
 
한신평 역시 STX, STX엔진, STX팬오션, STX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고, 기업어음도 기존 A2-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STX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향 조정된 것은 조선과 해산업의 업황 악화로 계열사들의 부진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과감한 인수·합병과 주력 사업의 집중을 통해 단기간에 그룹의 외형을 확대한 STX그룹은 지난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해운 및 조선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STX유럽 인수, 대련 조선기지 건설, STX팬오션의 선대 확충 등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면서 그룹 전반의 영업 및 재무적 변동성이 확대됐다.
 
특히, 외형의 대부분이 해운, 조선 및 관련 업종으로 구성된 가운데 STX조선해양 및 중국 대련 법인의 경우 올해 들어 영업손실을 보이는 등 수익성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STX팬오션의 경우도 시황악화에 따른 운임 하락과 연료비 부담 등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증가했다.
 
이처럼 조선사업의 유럽 및 중국에서의 사업 확대와 해운사업의 자사선 확충 추진에 따라 차입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수익창출능력마저 약화되면서 STX그룹 전체의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삼영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 실장은 "STX그룹 주력사는 사업실적에도 불구하고 회수 가능한 대규모 투자자산 보유에 따라 증가된 채무부담에 대한 재무적 대응느력을 유지해왔다"면서도 "해운 및 조선산업의 업화 부진 장기화에 따른 사업실적 저하로 재무적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현조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평가3실장도 "해운, 조선경기 침채로 인한 STX그룹 전반의 사업여건 위축, 영업부문의 현금창출력 저하 및 투자자금 소요에 다른 재무부담이 STX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TX 계열사의 차입금의 상환 및 차환 부담이 큰 점도 신용등급 강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9월말 현재 STX그룹 국내 계열사의 총 차입금 규모는 12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내년 중 만기도래 예정인 국내 공모사채도 약 1조5000억원(풋 옵션 행사가능분 포함)에 이르고 있어 회사채를 포함한 외부차임금의 상환 또는 차환에 따른 부담이 예상된다.
 
이처럼 STX그룹이 유동성 위험에 빠지면서 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 STX OSV를 포함한 국내외 계열사 및 해외 자원개발 지분 매각, 일부 노후 선박 처분, 자산유동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STX에너지 자본유치(약 3600억원), STX중공업과 STX메탈 등 계열사간 합병, STX OSV 매각 본계약 체결 등 가시적인 성과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엔 그룹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재편의 방안으로 핵심 계열사인 STX팬오션의 경영권 매각을 공식화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해운, 조선업황의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추가적인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실장은 "해운 및 조선산업의 부진한 업황을 고려할 때 투자자산 매각 및 자본유치 등을 통한 채무부담의 감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을 통한 채무부담에서의 대응능력은 저하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국내 신평사들은 STX그룹 주요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사업경쟁력과 재무적 여력을 통해 향후의 제반 환경변화에 사업적, 재무적 대처 과정을 관찰하고, 추가적인 신용위험 변화가 구체화될 경우 신용등급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승원 기자
박승원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