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세계 최고의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지휘자 주빈 메타가 이스라엘 필하모닉을 이끌고 한국에 왔다. 5일과 6일 예술의전당에서 신년 갈라콘서트를 열기 위해서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올해 최고 기대공연으로 꼽힌다. 드물게 연초에 열리는 내한공연인 데다 주인공이 주빈 메타라는 점 때문이다. 주빈 메타는 단원들이 투표해서 해마다 다른 지휘자를 초빙하는 '빈 신년음악회'를 4회나 지휘한 경력이 있다.
이스라엘 국가와 우리나라 애국가로 시작되는 이번 콘서트는 베토벤의 서곡 레오노레 3번, 모차르트의 협주 교향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이 양일 공통으로 연주된다. 이후 프로그램 구성은 조금 달라진다. 5일은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와 폴카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6일은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깊이감을 더할 예정이다.
공연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는 장일범 클래식 음악평론가의 사회로 신년 갈라콘서트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주빈 메타와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행정감독이 참석했다.
올해로 77세가 된 주빈 메타는 아침 비행기로 도착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쏟아지는 질문에 성심껏 답하며 노련미를 과시했다. 다음은 주빈 메타와 기자들이 주고받은 일문일답.
- 2년 만의 내한이다. 한국관객에게 인사말 부탁한다.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함께 다시 한 번 한국에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콘서트홀의 사운드, 청중의 신나는 반응이 기대된다.
- 빈 필하모닉을 비롯해 신년음악회에 지휘자로 많이 선다. 신년 음악회에서 선호하는 곡이 있다면?
▲어떤 곡이 가장 맘에 드는지는 말하기가 어렵다. 이번 연주회에서 선보이는 베토벤의 서곡 레오노레 3번 같은 경우는 가장 멋진 출발점 중의 하나라 볼 수 있다. 이 서곡을 통해 베토벤이 낭만주의의 기반을 쌓았기 때문이다.
코르사코프 곡의 경우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나기 때문에 신년 갈라콘서트 곡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선곡한 진짜 이유는 우리 오케스트라 재능이 잘 드러나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악적으로 말씀드리면 빈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요한 슈트라우스의 곡이 내 마음에 정말 소중하게 남아 있다. 폴카, 왈츠 할 것 없이 모두가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 이번 콘서트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첫날 콘서트 초반에는 베토벤과 코르사코프의 음악 들을 수 있다.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곡들이다. 후반부는 슈트라우스 가족에 할당했다. 오케스트라가 같은 저녁에 다른 스타일을 선사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 레퍼토리를 잘 소화하고 멋진 스타일을 창조해 내는 데 노하우가 있다면?
▲연주하는 음악들 모두 제 마음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곡이다. 두번째 날은 브람스를 연주한다. 이런 음악을 연주할 때는 마치 천국에 있는 느낌이다.
- 이스라엘 필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단 레퍼토리가 방대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솔로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에 포진해 있다. 또 바흐, 하이든, 드뷔시, 슈트라우스 등 여러가지 다양한 스타일을 유연하게 연주한다. 오페라에도 강하다.
- 오페라 지휘도 많이 한다. 오페라 지휘와 콘서트 지휘는 어떻게 다른가?
▲평생 동안 두 가지를 동시에 지휘해왔다. 두 가지는 서로 상당히 다르다. 교향악을 연주할 때는 도형적인 배열 측면을 고민한다. 오페라의 경우 철저히 텍스트, 대본을 따라가게 된다. 오케스트라 피트와 오페라 가수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있는데 여기에 중점을 둔다.
- 평소 평화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올해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출신 피아니스트 듀오 아말과 세계투어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중동 분쟁이 요즘도 끊이지 않는데 음악가로서 메시지를 던진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분쟁이 많이 있다. 중동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음악은 서로를 보며 미소짓게 한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 뉴욕 필하모닉 사장인 동생 자린 메타가 지휘자 로린 마젤과 함께 평양에 가서 연주한 일이 있다. 구체적, 긍정적 결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주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뉴욕 필이 평양에 방문했을 때 CNN 기자가 북한 거리에서 시민을 인터뷰한 내용을 봤는데 그 시민의 말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남한에는 먹을 것, 일자리 등 아무 것도 없다'면서 여기 북한에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지에 대해 말하더라. 이런 상황이 바뀌기를 정말로 희망한다.
- 단원들을 통솔할 때 본인의 스타일에 대해 말해달라.
▲오케스트라 단원이 110명 정도 된다. 단원들은 모두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인간들'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는 뮤지션들이 포진해 있다. 각자의 생각, 곡 해석이 있다.
리허설을 할 때는 각자의 생각, 작품에 대한 해석을 말해달라고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굉장히 지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원들과 나 사이 줄다리기를 하기도 하다. 나중에 가면 이런 과정이 신비로운 단계로 이어진다.
지휘자에게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스타일, 악기 연주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안에서 강점을 둘 부분, 심리적 접근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 최고의 마에스트로라 불린다. 현재도 음악가로서 고민이 있는지?
▲여전히 있다. 다음 해에 연주할 바그너의 <파르지팔>과 하이든 교향곡 등 아직 지휘해 보지 못한 것들이 있다.
- 올해 계획은?
▲올해는 두 명의 위대한 작곡가의 탄생 기념일을 축하하는 해다. 베르디와 바그너가 그 주인공이다. 이스라엘에서는 1월에 베르디의 오페라 <오셀로>, <팔스타프>를, 11월과 12월에는 발렌시아 오페라단과 바그너의 <반지>를 연주한다. 또, 빈 필하모닉과 함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이고 이스라엘 필과 남미를 방문할 계획도 있다.
- 올해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협연도 예정되어 있다. 2년 전에 함께 연주했는데 어떻게 다시 하게 됐나?
▲ 2년 전 공연 때 나와 오케스트라 모두가 백건우에게서 큰 인상을 받았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주하더라.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토를 그토록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에 놀랐다. 3월에 협연할 예정이다.
- 한국의 클래식 팬, 클래식 음악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1984년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한국인들은 무척 열정적이다. 그리고 젊은 한국인들의 재능이 놀랍다. 오늘날 미국에서 대부분의 오케스트라에 아시아 단원이 있는데 한국 분들이 많다. 한국인의 재능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성악가도 많아 오페라 하우스에서 자주 노래를 부른다. 지휘자 정명훈에게도 존경을 표하고 싶다. 정명훈은 15살 때부터 나와 아는 사이다(웃음).
- 77세의 나이에 강행군을 하고 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나는 젊고 건강하다(웃음).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다. 축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걸작들을 연주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400년 역사를 지닌 걸작을 해석하는 일을 한다. 또 일주일에 3~4번 이스라엘필과 연주하는데 이렇게 나처럼 일을 사랑하면 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