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김미애기자] “사실이라면 짜고치는 거 아니냐.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사법부가 있을 이유가 없다.”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된다면 재판절차 무용론이 대두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검토와 함께 그 대상으로 이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법부 내에서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지역의 한 판사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 연말에 상고포기로 형이 확정됐다면 사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설날특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이 중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거액의 돈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추징금 6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12월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천 회장도 기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돼 상고심을 거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30일 상고를 포기했다.
두 측근 모두 이 대통령의 임기말을 앞두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것이다.
이 판사는 “상황이 이렇다면 청와대와 당사자간에 ‘재판은 일단 받아라 나중에 사면권이 있지 않느냐’ 이런 얘기가 서로간에 오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도 마지막으로 측근들을 위해 특사권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있을 것”이라면서 “과거부터 이런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특사권에 제한을 둬야한다는 주장이 계속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법적으로 주어진 대통령의 사면권한은 인정되어야 한다“면서도 ”사면과 사면받지 못한 사람의 형평성 문제로 인한 국민들의 불신도 신중히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판사도 “천신만고 끝에 기소하고 유죄를 선고해 엄벌에 처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맥빠지는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또 다른 판사는 “대통령의 특사권이란 국민대통합을 위한 통치행위로 이해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 거론되는 인사들은 저축은행 비리사건 연루자들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피땀 흘려 저축한 돈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측근들을 풀어주면서 대통합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 법 감정에 크게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측근들을 위한 특사권을 행사하기 위해 일부 여당 인사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결국 ‘짜맞추기’ 권리행사로 대통령 스스로 품위를 격하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모 로스쿨 헌법 교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특사권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리이긴 하나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에 위임하고 있는 만큼 강력한 요건 제한이나 절차를 보완한 입법적인 정비가 차기 정부에서 요구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