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기요금 인상 3%가 감내수준..과도한 인상 반대"

대한상의·중기중앙회 등 14개 경제단체, 인수위·기재부·지경부에 건의

입력 : 2013-01-10 오전 9:59:44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전기요금 인상이 불황으로 고통받는 기업들에게 이중고가 될 수 있다"
 
산업계가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기습인상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중소기업의 원가부담 상승과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목소리다.
 
산업계는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수준을 3%로 제시했다. 실제 대한상의가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산업용요금 인상 마지노선은 3.3%로 집계됐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14개 경제단체는 1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에 산업계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을 지양해 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건의문에서 "최근 우리 기업들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기요금마저 추가 인상된다면 기업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산업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로 1000원의 이익을 내면 63원은 전기요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철강산업은 제조원가(원재료 제외)의 25.0%가 전기요금이고, 시멘트는 22%, 제지 16.2%, 섬유 15.5%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기는 철강·중공업·반도체 등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라며 "전기요금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오르면 일반생활용품 등 소비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근 1년 반 사이 산업용 요금을 20.1%나 올렸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건의문은 "지난 1년 반 사이 주택용 요금 인상을 최소화(4.8% 인상)하면서 산업용만 20.1%나 올렸다"며 "2000년대 들어 한전의 적자를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 폭이 70.7%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가정용과 달리 산업용은 흑자구조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의문은 "산업용 전기는 고압선으로 송배전 돼기 때문에 배전단계의 전력손실이 적어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면서 "한전은 기업들에게 100원짜리 전기공급에 대해 100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산업계는 주택용의 경우 100원짜리 전기를 89원에 팔고 있지만, 산업용은 100.1원에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산업용전기가 저렴하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상의는 "한국의 산업용전기가 저렴하지만 주택용이 더 싼 편"이라며 "산업용 요금의 상대가격을 따져보면 미국에 비해 30%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이라 할 때 일본은 98.6, 프랑스 91.0, 영국 84.0 미국 77.1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료=대한상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저렴해 기업들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건의문은 "우리기업이 석유제품 1㎘) 제조하는데 100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일본은 104, 영국은 107, 미국은 116을 사용해 우리보다 비효율적"이라면서 "우리의 산업에너지 효율성은 선진국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단체들은 산업용 요금을 계속 인상하기보다 연료비 연동제를 보완해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의문은 "정부가 연료비연동제를 지난 2011년 8월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경기침체와 유가급등을 이유로 유보되고 있다"면서 "불합리한 전기요금 조정을 방지하기 위해 연료비연동제의 합리적 보완과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범경제계 에너지절약운동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침체된 경제 활력을 진작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살아나려던 기업의욕도 꺾일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심각한 만큼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철강, 제지, 석유화학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 업황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건의에는 대한상의 외에도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조선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제지공업연합회, 대한방직협회, 한국화섬협회, 한국클로로알카리공업협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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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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