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 '추락', 발빠른 하이닉스는 '전화위복'..LGD는?

LGD, 영업익 70% 차지 불구 손놓고 있다 '직격탄'
하이닉스, 중국 납품 규모 늘리면 오히려 '기회' 활용

입력 : 2013-01-18 오후 4:33:35
[뉴스토마토 황민규·곽보연기자] 애플의 아이폰5가 작년 4분기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주요 부품업체들의 실적 전망에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 매출액의 25% 수준을 애플에 의존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034220)는 패널 주문 축소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해진 반면, SK하이닉스(000660)는 중국의 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납품 규모를 늘리며 '애플 쇼크'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만 바라보며 손을 놓고 있던 LG디스플레이는 직격탄을, 발빠르게 중국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한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이한 셈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당초 예상치인 4500~5000만대의 절반 수준인 2500~3000만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혁신이 없었던 아이폰5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실제 아이폰5는 출시 3개월 만에 평균 판매단가가 35% 이상 떨어진 데다, 최근에는 미국 월마트 등 일부 대형 판매점들이 125달러(12만원 수준)에 팔고 있을 정도로 시장 가치가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19만원대에 팔리며 '버스폰'으로 전락하는 등 기존의 영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이폰5 판매 부진으로 인한 충격은 디스플레이 업계, 그 중에서도 LG디스플레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사실상 애플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큰 손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LG디스플레이 매출 중 25%,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무려 70% 이상이 애플 거래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5에 들어가던 물량이 4분기 대비 1분기 50%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로 환산하면 4분기 대비 1분기 7000억원, 영업이익으로는 1000억원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가 감당할 타격은 물량 축소뿐만이 아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 동안 '부품 프리미엄'이 유지되던 아이패드의 물량 축소가 영업이익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애플의 신제품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패드 출하량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아이패드 패널이 미니보다 단가가 1.5배에서 최대 2배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애플의 주문량 감축에 대한 향우 계획에 대한 질문에 "애플을 비롯한 고객사에 대해서 전혀 언급할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마진율이 적은 대(對) 애플 공급량 감소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이후 삼성전자, 도시바 등이 아이폰에 공급해온 낸드플래시와 모바일 D램 물량을 의도적으로 크게 줄이면서 애플에 대한 SK하이닉스의 공급 비중이 급상승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가격 협상의 이점을 크게 활용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대신 영업마진에 대해서는 그 폭을 줄이는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 4분기 기준으로 전체 모바일 D램 매출액 중 30%, 낸드플래시의 50% 수준을 애플에 납품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애플의 디스플레이 주문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에 비해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감소폭은 20%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에 직접 반영할 경우 최대 8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애플의 주문 축소가 오히려 실적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이익률이 낮은 애플향 공급보다는 화웨이, ZTE 등 중국의 대표적인 휴대폰 제조사로 눈을 돌리며 실적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D램 고정거래가격이 10% 이상 급등하면서 업황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D램 업황 침체에 시달려온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본격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애플향 물량이 줄어드는 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다만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 공략에 주력해 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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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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