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덕에 '웃고·울고'..애플望 LGD '어쩌나'

아이폰5·아이패드 판매량 부진 '애플효과' 기대 어려워
실적 회복 원동력서 올해 복병으로 부각

입력 : 2013-01-21 오후 5:26:28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8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이끌어낸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올 1분기 또 다시 위기 국면에 봉착했다. LG디스플레이 부활의 밑거름이 됐던 애플이 이번에는 반대로 실적 약화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한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034220)를 '적자의 늪'에서 구해낸 점을 인정받아 부사장에서 사장 자리를 꿰차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사장 임기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4분기와는 반대로 올 1분기부터 다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5'와 '아이패드(4세대)'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부터 '애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위기 극복으로 채 한숨을 돌리자마자 한 사장의 발등에 다시 불이 떨어진 셈이다.
 
2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35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초 컨센서스에 비해 280억원 가량 늘어난 규모다.
 
삼성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영업이익을 기존 4540억원에서 4952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KDB대우증권과 동양증권도 각각 4344억원, 4522억원으로 컨센서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애플을 꼽았다.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사진) 등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직전 분기였던 3분기에 이어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IT 수요가 몰리는 계절적 요인과 해외 주거래 선인 애플의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출시 효과로 실적호조가 예상된다"면서 "4분기 출하면적은 전분기보다 7% 증가, 평균판매단가(ASP)는 8%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맥북 등을 비롯해 아마존 킨들 파이어, MS 윈도8 출시로 중소형과 태블릿PC용 패널 출하량이 급증했다"면서 "패널 출하면적은 전분기 대비 7.9% 증가, ASP는 3.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 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지배권을 놓고 치열한 법정다툼(특허소송)을 벌이며, LG디스플레이에 돌아간 반사이익이 4분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올 1분기 사정은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지난해처럼 애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1분기가 IT 시장의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애플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실적 약화의 복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아이패드용 9.7인치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10월까지 월 400만대를 넘어섰으나 11월 이후 월 150만대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이패드 미니용 7.9인치 패널 출하량은 월 170만대에서 300만대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패드 미니의 증가분이 기존 아이패드의 감소 물량을 상쇄하고 있지만, 수익성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이패드 미니가 기존 아이패드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전체 아이패드 내 점유율이 4분기 40% 수준에서 1분기 55~60%까지 상승할 것"이라면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아이패드 패널 물량 하락분을 아이패드 미니가 상쇄할 것"으로 분석했다.
 
황 연구원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 내 점유율이 아이패드 60%, 아이패드 미니 70% 등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패드가 아이패드 미니 패널보다 단가가 1.5~2배 높은 점을 감안하면, 아이패드 미니의 물량이 늘더라도 거둬들일 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애플의 판매량 부진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5와 아이패드에 대한 수요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서 그동안 챙겼던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가 올해로 접어들면서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이익을 대폭 낮춰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1분기 영업익을 3734억원에서 1270억원으로 대폭 낮췄고, 동양증권 역시 종전 2264억원에서 1103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익 기여도가 애플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업계 안팎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는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로 실적호조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올 1분기의 경우 해외 고객사의 스마트폰 신제품 제고가 확대됨에 따라 패널 주문 축소가 예상된다"면서 "특히 스마트폰 패널 부문에서의 이익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애플을 등에 업고 구원투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한 사장이 난제로 돌변한 애플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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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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