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대처하는 민주와 새누리의 차이는?

'네 탓' 계파 싸움·진정성 없는 쇼 아닌 '국민 속으로'

입력 : 2013-02-05 오후 12:31:1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난 지난 대선 이후 민주통합당 내부가 시끄럽다. 다양한 패배 원인 분석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지만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 바쁘다.
 
 
대선 후 50여일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민주당은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당이 똘똘 뭉쳐 무엇을 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여전히 민주당에서는 '네 탓' 공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혼란은 2004년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보여줬던 위기 대응과 큰 대비를 이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선 패배 후 계속되는 ‘네 탓’ 공방
 
대선 직후인 12월23일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바 있던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친노의 잔도(棧道)를 버리고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며 당내 주류인 친노 그룹을 정면 공격했다. 그는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순간 이미 구도 싸움에서 밀렸다"고 주장했다.
 
이런 공격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달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선거때마다 민주당 후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했다"며 당내 부각되는 친노 책임론에 불만을 표했다.
 
갈등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충남 보령의 한화리조트에서 열렸던 민주당 워크숍에서도 계속 됐다.
 
주류인 친노가 책임지라는 비주류 측과 친노의 실체가 없다는 주류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에 대해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은 한상진 교수는 "문제가 터졌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며 "도덕적 해이가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민주당은 큰 병에 걸려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민주당의 현실은 과거 새누리당이 위기를 헤친 과정과 여러모로 대비된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는 어땠나? 천막당사·연수원 헌납 ‘쇼’라도 성공했다
 
2004년 3월 24일. 새누리당은 여의도 '천막당사'에 입주했다.
 
당시 총선을 보름 정도 남겨둔 입장에서 새누리당이 처한 상황은 심각했다.
 
탄핵 역풍과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궤멸 수준의 총선 참패를 기록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당내 소장파들의 요구로 최병렬 대표가 물러나고 박근혜 의원이 무투표로 대표에 당선됐다.
 
박 대표는 취임 첫날 여의도 국회 앞 당사에서 현판을 떼어내 천막당사에 가지고 가는 행사를 가장 먼저 진행했다.
 
박 대표는 천막당사 입주와 관련해 자서전에서 "그것은 우리가 부패와의 절연을 선언하고 풍찬노숙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회상했다.
 
새누리당은 그후 86일 간의 천막당사 생활을 한 후 여의도가 아닌 염창동의 낡은 건물에 새 당사를 마련했다.
 
새누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0석 보다 한참 못 미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뛰어넘어 121석으로 원내 2당이 됐다. 득표율에서는 열린우리당과 2.5% 차이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듬해 600억~1000억으로 평가받던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했다. 천막당사 시절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의 모습을 두고 여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쇼'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후 한나라당은 재·보궐 선거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하며 '천막당사'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민주당 '네 탓'·'쇼'가 아닌 '국민 속으로'가 필요하다
 
민주당도 이번 대선 패배 후 '회초리 민생 투어'를 했지만 '진정성 없는 쇼'라는 당내외의 비난에 행사를 대폭 축소하기도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지난달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가 이렇게 변해 간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며 "민생현장으로 들어가서 국민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민주당이 진 것은) 간절함이 부족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에게 다가가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도 당 워크숍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아래로 못 갔기 때문"이라며 "계파 이해타산을 내려놓고 국민의 삶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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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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