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추천주', 추천 후 매도해도 제재수단 없어

'조사분석자료'에 미해당..증권사 악용 우려

입력 : 2013-02-12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증권사가 매일 아침 내는 '데일리 리포트'에서 추천 종목을 선정해 수개월간 매수세를 끌어모은 후 정작 뒤에선 자기매매를 통해 매도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 71조 (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2항에 따르면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는 '조사분석자료'의 내용이 확정된 때부터 공표 후 24시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대상 금융투자상품을 자기계산으로 매매할 수 없다.
 
증권사들이 내는 '기업분석'이나 '산업분석' 리포트의 경우 '조사분석자료'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애널리스트)이 특정 종목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고 매수를 권유하거나 목표 주가를 제시하면 24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해당 증권사는 자기매매방식으로 이 종목을 사거나 팔 수 없다.
 
문제는 '장·단기 추천종목'은 '조사분석자료'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특정 증권사에서 이를 악용해 미리 특정 종목을 사들인 후 이 종목을 추천주로 선정해도 금감원의 제지를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추천종목이 보통 수 개월, 길게는 몇 년에 걸쳐 리포트에 게시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이 기간동안 매수세를 모으기도 쉽다. 매수 물량이 몰리는 과정에서 가격이 오른 후 증권사가 해당 종목을 대량으로 매도할 경우 거액의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탐방을 다녀오고 기업을 분석한 뒤 투자의견을 제시한 리포트의 경우 그 내용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조사분석자료에 해당되기 때문에 규제를 받지만 단순히 추천주로 게시하는 것은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어떤 증권사가 특정 종목 몇 가지를 추천주로 매일 올린다고 해서 실제로 매수세가 몰리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추천주 선정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실제로 A증권사에서 추천주로 선정된 종목을 매수한 개인투자자 B모씨는 "일단 내가 투자 정보가 없기 때문에 올라오는 뉴스를 계속 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관심을 갖던 중 A증권사가 C종목을 추천주로 지난해에 계속 올리자 매수에 대한 확신이 섰고 이후 많은 물량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이 투자자의 경우 C종목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1000만원(10%) 이상 손실을 봤으며, 해당 증권사는 몇 개월이 지난 후 이 종목을 추천주에서 제외했다.
 
증권사 측에서는 리포트에 추천주를 게시하면서 '동사는 해당 종목을 1% 이상 보유하지 않았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 역시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다. 쉽게 말해 '1% 이상 보유 제한'이라는 규정의 준수를 각 증권사의 '양심'에 의존해야 할 뿐 내용을 지키지 않더라도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안 그래도 최근 증권방송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매수를 추천하고 불법으로 차익을 챙겨 문제가 되지 않았느냐"며 "그렇지만 아직 증권사 추천종목을 커버할 수 있는 조항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추천주를 선정한 후 자기매매로 매도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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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