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의 '남산 3억원', 비자금 실체 밝혀지나?

입력 : 2013-02-12 오후 4:33:19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검찰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남산 3억'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라 전 회장이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의 실체가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경제개혁연대가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조성한 비자금 수십억원 중 3억원을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했다며 라 전 회장과 이 전 의원을 고발한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김한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이 그동안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정치권에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 검찰 수사에서 확인한 '남산 3억'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0년 검찰이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을 수사하면서부터였다.
 
검찰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이 2008년 2월 남산자유센터에서 비서실 송모씨를 통해 3억원을 누군가에게 전달한 사실을 포착해 수사에 들어갔지만, 결국 이 돈이 누구에게 흘러들어갔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열린 신 전 사장 등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송씨가 "3억원이 정치권으로 넘어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당분간 숨어지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하면서 파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신 전 사장이 최근 언론에서 라 전 회장의 지시를 통해 건네진 3억원의 종착지가 이 전 의원, 혹은 정권 실세라고 주장하면서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 '라응찬 게이트'로 번지나?
 
사건이 라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한 권력형 게이트로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은 라 전 회장과 MB정부의 남다른 인연에서 비롯된다.
 
라 전 회장은 경상북도 상주가 고향인 TK인사다. 아울러 이 전 의원뿐만 아니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MB정권 실세들과도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전 회장이 약 50여년간 은행권에 몸담으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쳐 MB정부에 이르기까지 최장수 최고경영자(19년), 최초의 4연임 회장이라는 국내 유일의 기록을 보유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이와 같은 정치권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 전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라 전 회장은 (신한금융지주의)영원한 소유를 꿈꿔 권력에 있는 사람을 이용했다. 실세에게 전달됐다는 3억원이 그 증거"라면서 "남산 3억원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라 전 회장이 자신의 회장직 유지를 위해 정치권에 꾸준히 자금을 제공해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라 전 회장이 3억원을 제공했다는 2008년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해이자 라 전 회장이 2010년 연임 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다.
 
아울러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수사 당시에는 2007년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송금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라 전 회장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 사건 다시 맡은 검찰 '신중'
 
최초 수사 당시 3억원의 최종 목적지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검찰은 사건을 다시 받아들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이 지난 금요일(8일)에 들어왔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우선 고발장을 먼저 살펴본 뒤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먼저 고발장에 적시되어 있는 사실들을 지난 사건기록 등을 통해 확인하고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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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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