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1년 만에 재개됐다. 소박하고 따뜻한 감성의 체코 클래식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그리고 녹슬지 않은 기량이 교향악단의 오랜 공백기간을 무색하게 했다.
지난해 말 재단법인으로 새 출발한 KBS교향악단은 아직까지 상임지휘자를 공석으로 남겨둔 상태다.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667회 정기연주회의 지휘봉은 프라하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인 레오스 스바로프스키(
사진)에게 돌아갔다. 협연자 역시 체코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얀 시몬이 맡았다. 프로그램은 드보르자크와 스메타나로 구성됐다.
1부에서 연주된 곡은 드보르자크의 '피아노협주곡 g단조 작품번호 33번'이었다. 소박하고 산뜻한 느낌이 잘 살아난 연주였다. 레오스 스바로프스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를 띈 채 악기 파트별로 단원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친절한 지휘를 선보였다.
1악장 알레그로 아지타토는 고귀한 감정이 분출하는 과정을 그리는 듯한 곡이다. 소박한 분위기의 합주 후 피아노의 카덴차, 분위기를 차차 고양시키는 전개가 여러 번 반복된다. 피아노 협주곡치고는 화려하지 않아 자칫하면 소극적으로 비칠 수 있는 곡이지만 피아니스트 얀 시몬과 오케스트라는 마치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듯 아기자기하면서도 고결한 느낌을 살려 연주했다.
2악장 안단테 소스테누토의 경우,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 지휘자 간 궁합이 특히 돋보였다. 이 곡은 부드러운 호른으로 시작해 피아노의 잔잔한 연주, 미세하게 음량을 키워나가는 바이올린 연주가 어우러지며 악상을 전개해 나간다. 연주자들은 집중력 있게 음을 길게 끌며 깨질 듯한 아름다움을 극대화됐다. 이윽고 피아노가 3잇단음으로 음색의 변화를 준 후 플룻과 바순, 클라리넷 등의 선율이 더해지다 높고 희미한 피아노 트레몰로와 현의 선율로 마무리됐다.
3악장 알레그로 콘 푸오코는 슬라브풍 론도 형식의 악장이다. 발랄하면서도 이국적인 생기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신비롭게 반복적으로 연주된다. 후반부에 꿈결을 걷는 듯한 피아노 독주 후 다시 관현악이 결합해 격렬한 오케스트라 합주로 이어지며 끝을 맺는데, 연주자들은 곡이 지니는 에너지의 변화를 섬세하게 잘 표현해냈다.
피아니스트 얀 시몬은 앙코르 곡으로 쇼팽의 '녹턴 작품번호 48-1번'과 '스케르초 1번 b단조 작품번호 20번' 등 두 곡을 들려줬다. 특히 녹턴에서 서정적이면서도 차분함이 돋보이는 연주를 선보여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휴식 후 2부에서는 역시 체코 작곡가인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교향시 1~4편이 연주됐다.
하프 두 대로 시작하는 1편 '비셰흐라드'는 옛 고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바순과 이어지는 목관파트 전체의 결합은 보헤미아의 전성기를 고즈넉하게 표현해냈다. 2편 '블타바'에서는 플룻과 클라리넷의 유창한 흐름 뒤 귀에 익숙한 관현악의 선율이 펼쳐지는데 KBS교향악단은 곡 특유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크레센도와 데크레센도의 빠른 전환으로 효과적으로 살려냈다.
3편 '샤르카'는 여장수의 복수를 그린 체코 전설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답게 극적인 전개가 돋보였다. 팀파니와 관악기로 호방하게 시작한 후 현이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더하면서 다이내믹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보헤미아의 들판과 숲을 노래한 4편에서는 웅장한 스케일을 펼쳤다. 음의 공간감을 키웠다 단숨에 줄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안정적인 현악파트 덕분에 이 같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었다.
2부 앙코르 곡으로는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8번 g단조 작품번호 46번'이 연주됐다. 긴장감이 풀어진 듯 악단은 앙코르에서 더욱 활기차고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전체 프로그램 구성과 어우러지는 앙코르곡 덕분에 음악회에 대한 만족도가 더욱 높아졌다.
재기에 성공한 KBS교향악단은 앞으로 연주회 횟수를 더욱 늘려 다양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다음 일정은 오는 3월 4일이다. KBS 한국방송과 공동 주최로 4일 오후 7시 20분에 여의도 KBS홀에서 '방송개시 86주년·공사창립 40주년 기념 특별음악회'가 무료로 개최된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KBS 드라마 OST 메들리 외에 슈트라우스 <박쥐> 서곡,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 한국 가곡, 오페라 아리아,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지휘는 강석희가 맡고 소프라노 강혜정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테너 신동호, 강무림, 김남두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