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와 정치권의 담뱃값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10여년 가까이 2500원이던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자 애연가들의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2000원의 단발적 가격 인상은 단기적 효과에 그칠 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담배는 가격탄력성이 낮아 처음 초기 효과는 있지만 가격에 대한 면역효과가 있어 시간이 지나면 원대복귀를 많이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지속적인 흡연율 감소 효과와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라면 더 큰 폭의 과감한 인상이나 단계적 인상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
◇담뱃값 인상 추진 '탄력'..정부·정치권 '적극적'
7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담배소비세를 현재 641원에서 1169원으로 82% 인상하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재 354원에서 1146원으로 224%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흡연으로 인한 이른 사망과 간접 흡연으로 말미암은 피해 금액이 연간 10조 원에 달한다"며 "지난 2004년 12월 500원이 오른 뒤 물가 상승과 서민 가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지난 8년간 인상되지 않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담배 값이 가장 낮고 흡연율은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담뱃값을 조금씩 지속적으로 올리는 정책은 흡연자에게 담배 소비를 포기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해 흡연율 감소라는 금연 가격 정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며 "최소 2000원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도 지난 5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국민 건강과 높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과 기자간담회 등 2차례에 걸쳐 "담배 가격을 인상해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담뱃값 인상시..'흡연율은 ↓·세수는 ↑'
김재원 의원은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담배 소비량이 연간 12억8000갑(29.3%)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이 인상되면 성인 남성 흡연율(47.8%)이 3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지난해 10월 보건사회연구원 금연정책세미나에서 발표한 '담배가격 정책과 흡연율 분석'에서 정부가 2013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리고 흡연경고 그림 등 비가격 금연 정책을 모두 사용할 시, 국내 남성 흡연율은 44.5%(2011년 기준)에서 오는 2020년 29.1%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세수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내용대로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지방세 징수금액은 연 4조2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징수금액은 연 1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담뱃값을 1500만원만 올려도 연 1조원의 세금이 더 걷힌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마른 수건까지 짜야 할 상황에서 재원확보을 위한 방안은 손쉽게 마련되는 셈이다.
◇"국민건강 위한다면 좀 더 과감한 인상 필요"
이러한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담뱃값을 2000원이 아닌 더 큰 폭의 인상을 추진하거나 단계적 인상으로 담뱃값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0원 인상으로는 담배 소비량에 단기적인 영향만 줄 뿐 흡연율 감소 효과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배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1보다 작은 0.1~0.7 수준으로 비탄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담배는 가격탄력성이 낮아 처음엔 효과가 있지만, (가격에 대한) 면역 효과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복귀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담배 규제 기본협약 추진의 성과제고를 위한 정책과제'에 따르면, 올해부터 담뱃값을 갑당 7000원으로 인상할 경우에는 2020년까지 남성 흡연율이 27%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즉, 담배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흡연률은 더욱 떨어진다는 것.
지난 2007년 발표된 윤형호와 김성준의 논문 '담뱃세 인상정책의 흡연억제 효과-시계열자료를 통한 실증분석'에서도 "담배는 습관성 및 중독성이 있어 금방 소비량을 회복하므로 소폭의 가격인상으론 흡연감소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들은 "2005년처럼 대폭적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구조적 담배판매량의 감소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도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해도 단기적 효과에 그칠 뿐,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담배 한 갑이 캐나다나 호주처럼 1만2000원, 미국 1만원, 일본 7000원 수준이 되지 않고서는 흡연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좀 더 과감한 인상이 필요하다"며 "비난 여론이 거세 한꺼번의 가격 인상이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담배값을 인상해 더 끌어올려야 가격 인상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