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수남기자] 우리나라 수출 주력산업인 자동차·철강·가전 등이 원고·엔저 장기화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정부 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엔화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같은해 12월 아베 총리 취임 이후 가속화된 엔저가 채산성 악화와 수출 감소 등의 형태로 일부 업종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 통화 증감률(단위 %). 2012년 6월1일~2013년2월25일의 일일 환율 기준.(자료제공 = KIET)
산업연구원(KIET)이 18일 내놓은 '엔화 약세와 한국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엔저가 업종별로는 자동차, 철강, 가전, 섬유 등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조사됐다.
아베정권 출범 이후 '아베노믹스'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된 반면, 원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 2월 말 원·엔 환율은 지난 2012년 6월 초보다 23.5% 하락하는 등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KIET는 분석했다.
다만, KIET는 원·엔 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축소, 원·엔 환율 1% 하락이 당해년 우리나라 총수출의 0.18%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석유제품, 반도체, 조선 등 환율 민감도가 낮은 산업의 수출 비중 확대 등 수출 구조 변화와 한·일 간 제품차별화 진전, 품질경쟁력 향상 등에 따른 것이라고 KIET는 풀이했다.
◇원고·엔저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일본 업체와 경합을 펼치고 있는 소형차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 선적부두.
하지만 KIET는 이번 원·엔 환율의 급락이 세계경제 저성장기에 나타나고 있어 지난 1990년대나 2000년대 중반의 엔저 사례와 차이가 있다면서도, 해외수요 부진으로 대(對)일 경쟁 격화, 일본제품의 수출가격 인하 등에 대한 대응도 쉽지 않아 원·엔 환율 하락이 기업에 미치는 체감 영향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생산 대비 수출비중이 높고, 주력 수출시장과 경쟁 품목이 일본과 상당 부분 중복되고 한일 간 경쟁력 격차도 크지 않은 자동차, 철강, 가전, 섬유 등 4개 산업이 상대적으로 채산성 악화, 수출 감소 등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KIET는 내다봤다.
이중에서도 미국, 유럽연합(EU), 중동 등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소형차와 중국과 아세안 시장에서의 판재류, 미국, 중국, EU 등에서의 디지털TV와 조명기기,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의 화섬사와 화섬직물 등의 수출 감소가 더 우려되는 품목이라고 KIET는 강조했다.
◇(자료제공 = KIET)
KIET는 한·일 간 제품차별화가 진행된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반도체, 석유화학, 일반기계, 조선 등은 엔저의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엔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일본기업이 채산성·경쟁력 개선을 통해 이들 주력 품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KIET 주장이다.
KIET는 이에 따라 원고·엔저 기조 장기화에 대비, 국제금융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우리 정부가 급격한 환율변동을 억제하는 노력, 엔저로 인한 국내기업의 피해 방지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IET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장윤종 소장은 "기업도 수출구조 고도화와 대일 수출 경쟁력 재편을 위한 전략 마련을 해야 한다"며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등을 통해 떨어진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는 노력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