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전세를 얻을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이 월셋방에서 산다는 말이 무색하게 월급쟁이 3~4개월치 급여를 넘는 월세 1500만원짜리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강과 접해 있어 주거환경이 좋은 청담동의 경우 월세 300만~500만원도 저렴한 축에 속할 정도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월 1000만원 이상 월세 아파트는 대부분 교통과 입지, 편의시설, 교통이 잘 갖춰진 강남구와 용산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청담동에 ‘상지리츠빌카일룸3차’ 고급 아파트는 고소득층 일부에만 알려져 있다. 탤런트 한채영과 최지우가 살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최근 월세 매물이 전용 254㎡가 4억원에 월세 1500만원이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금액이면 월세만 받아도 1년에 1억8000만원, 서울에 집 한채를 살 수 있다.
이 아파트는 매물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 등 일부 특수 부유층의 문의가 많아 높은 월세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강남구 삼성동의 ‘삼성동 아이파크’도 월세 수준이 높다. 전용 195㎡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가 1300만원 수준이다.
강남은 업무밀집지역으로 최고경영자(CEO)급과 연예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들은 소유 주택이 있으면서도 업무 편의를 위해 강남에 월셋집을 구하기도 한다. 강남의 경우 오피스 빌딩이 밀집해있고 쇼핑, 외식, 교통 등이 편리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용산구에도 월세 1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있다. 지난 1월 말에 입주를 시작한 동자동 ‘아스테리움 서울’의 경우 전용 208㎡가 보증금 없이 월 11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아스테리움 서울 조감도
입주 전부터 고급 외국인들을 위한 렌트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급 주거복합단지인데다가 서울의 중심인 용산구에 위치하고, 지방과 공항 등으로 이동도 편리해진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스테리움 서울’은 지하철 1,4호선과 통로가 연결 돼 KTX, 공항철도, 경의선까지도 이용이 가능한 역세권에 한강대로와 접하고 있어 차량의 진출입이 매우 쉽다. 조망권도 좋아 외국계 바이어의 숙박 만족도도 높다. 조망권이 뛰어나 단지 동쪽으로는 남산공원을 조망할 수 있으며 남쪽에는 여의도 크기만한 용산가족공원 조망이 가능해진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용산구 한남동에도 고급 아파트 비싼 월세는 마찬가지다. 한남동 ‘하이페리온2차’ 전용 227㎡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1000만원이다.
최근 신흥 명문학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도 학군 수요로 인해 월세 가격이 높다. 계성초, 세화여고 등으로 배정 받는 ‘래미안퍼스티지’는 전용 222㎡가 보증금 없이 월세 1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3분기에 보증금 4억원에 월세 550만원에 거래가 되기도 했었다. 인근에 위치한 ‘반포자이’ 165㎡도 지난해 4분기에 보증금 1억원에 월 500만원에 거래가 됐었다.
고액의 월세가 강남과 용산에 분포하는 원인은 입지적 요건 때문이다. 강남은 업무밀집지역이며 용산은 각국 대사관, 미군부대, 외국계 기업들이 몰려 있다. 특히 사통팔달의 교통 여건과 빼어난 자연환경 등으로 외국계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특히 용산구 일대는 외국계 바이어 등 외국인 수요가 많아 깔세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외국인 게스트하우스를 겨냥한 투자자들이 많다.
외국인 상대 주택임대사업은 매월 지정된 날짜에 월세를 받는 우리나라 방식과 달리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주는 깔세가 일반적이다. 한꺼번에 목돈을 받고 월세를 떼일 걱정이 없는 장점이 있다. 또 깔세로 받은 임대료를 다시 은행에 예치해도 3~4% 추가 수익 기대할 수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일반 아파트는 월세 수요 대비 월세 비율이 높아 거래가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시대를 맞아 외국계 바이어 등 고급 수요가 늘면서 입지, 건물 퀄리티, 배후수요 등이 갖춘 고급 아파트는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