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새 수장 맞은 BOJ..아베노믹스 재시동

입력 : 2013-03-20 오후 2:14:45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은행(BOJ)이 새로운 총재를 맞이하며 구로다 하루히코 체제가 시작됐다.
 
나카소 히로시 BOJ 이사와 이와타 키쿠오 카쿠슈인대 교수 등 2명의 부총재도 새 임기를 시작했다.
 
구로다 총재는 다음달 8일까지였던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총재의 잔여 임기를 승계하고 내달 다시 의회의 인준을 받아 5년 동안 공식 임기를 수행한다.
 
그는 일본 조세관련 부처에서 오랜 시간 일했으며 국제금융국장, 국제금융 담당 재무관 등을 거쳐 2005년부터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총재로 재직했다.
 
이 같이 국내외의 폭넓은 금융 분야 경험이 그를 새로운 BOJ 총재로 선출하는 배경이 됐다.
 
◇구로다, 수 차례 양적완화 시사.."물가 목표 달성도 문제없어"
 
구로다 총재가 취임 이전부터 아베 내각의 통화 완화 기조를 지지하고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한 만큼, 시장은 엔화 추가 절하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엔화 가치는 지난해 11월 중순 아베 신조 총리가 정권을 잡을 것이 확실시 됐던 지난해 11월 이후 강력한 통화 완화 기대감에 18%가량 내렸다.
 
특히 지난달 시라카와 전 총재가 조기 퇴임을 결정하고 구로다 총재가 후보로 지명되자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에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달러 당 95엔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본 내 대표적 비둘기파인 구로다 총재는 "2년안에 2%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15년간 이어진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또 그는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통화정책의 베테랑으로 불리는 아마미야 마사요시 BOJ 오사카 지점장을 1년만에 통화업무국 국장으로 복귀시킨 점도 강력한 통화완화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노우에 타츠야 노무라 리서치센터 수석리서치담당자는 "구로다 총재와 두 명의 부총재들은 BOJ의 정책을 투자자들에게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 총재는 시장과의 소통을 늘려 알맞은 통화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는 구로다 총재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가 참석하는 첫 BOJ 통화정책회의는 다음달 3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때에 새로운 양적완화 조치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토 히로아키 스미토모미츠이자산운용 선임이코노미스트는 "BOJ의 다음 결정은 장기 국채 매입 확대와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노우에도 BOJ가 선택할 양적완화 카드로 국채의 추가 매입을 들었다. 또한 기존 국채의 만기 연장도 고려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非BOJ 출신..내부 컨센서스 형성 관건
 
구로다 총재가 BOJ의 통화완화 정책을 이끌기 위해서는 9명의 통화위원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BOJ 출신이 아닌 구로다 총재가 종전의 정책 기조를 급격하게 바꾸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다치 마사미치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새 총재가 통화 완화의 규모를 일부 조절하며 BOJ의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며 "다만 이번에는 앞선 지도부와 의견이 완전히 배치되는 만큼 정책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강력한 양적완화를 주장하는 구로다 총재와 달리 시라카와 전 총재는 물가 상승을 목표로 한 통화정책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부총재 중 한 명인 나카소 히로시와 사토 다케히로 등 일부 통화위원들이 양적완화에 우호적이지는 않은 것도 걸림돌로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 BOJ가 강력한 양적완화에 나서도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의견도 전해진다.
 
그 동안 양적완화로 시장에 충분히 많은 자금을 공급했지만 여전히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은 통화정책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리차드 구 노무라리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 경제개혁이 함께 수반되어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상황은 의사가 처방한 약이 효과가 없다고 복용량을 두 배로 계속해서 늘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두 알이 효과가 없다고 네 알, 여덟 알, 열 여섯 알로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엔低는 이어져..97엔대에서 정체
 
시장 전문가들은 엔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절하폭은 제한적일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구로다 총재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선 반영돼있어 엔화 환율이 달러 당 97엔대에서 정체될 것이란 설명이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 역시 환율 상승을 제한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일본 기업들이 누렸던 엔저 이익이 점차 상쇄돼 진정한 글로벌 경쟁 국면에 들어서면 기업들의 이윤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한때 '미스터 엔'이라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관은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반영된 만큼 달러 당 100대를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입 물가까지 고려한다면 적절한 환율은 90~95엔선"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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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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