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뒤로 밀려 사고 낸 뒤 도주..피해 경미하면 뺑소니 아니다"

입력 : 2013-03-26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오르막길에서 뒤로 밀리는 바람에 뒷차를 충격한 경우 피해자의 신체적 피해가 경미하고 사고로 인한 교통장애가 없었다면 사고 후 그 자리를 이탈했더라도 이른바 '뺑소니'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도주차량 및 사고후미조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씨(59)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일주일간 입원한 상태에서 약물치료 등을 받았고 2주간 치료가 필요한 경부 및 요부 염좌를 입었다는 진단서를 받았으나 사고 당일부터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점, 사고 당시 동승했던 승객은 별다른 상해를 입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당시 사고로 피해차량을 그대로 정차해뒀으나 차량의 부산물이나 파편 등이 도로에 떨어지지 않았고 교통사고 직후에도 다른 차량이 피해차량을 피해 앞질러 가는 등 교통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안이 이렇다면 교통사고 당시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나아가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자신의 인적사항 등을 알리지 아니한 채 사고현장을 이탈했더라도 피고인을 도주차량 및 사고후미조치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1년 10월 자신의 에쿠스를 몰고 김해시의 한 편도 2차로 오르막길에 정차했다가 차량이 뒤로 밀리면서 뒤에 정차해있던 택시를 충격했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사 장모씨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고 택시 번호판이 찌그러졌으나 동승하고 있던 승객은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사고 직후 차량에서 내린 김씨는 장씨와 사고조치를 위해 대화를 나누다가 장씨가 볼펜과 메모지를 가지러 간 사이 차를 몰고 그대로 도주했는데, 장씨는 김씨의 차량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적하지 않고 사고장소에 차량을 잠시 세워뒀다.
 
도주차량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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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