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헌법은 사법권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사법권의 독립을 선언하고 있다"며 "헌재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은,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하여 제정한 '법률' 그 자체이지,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의 뜻을 풀이한 '법률해석' 내지 그러한 법률해석을 적용한 '법원의 판결·결정·명령'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어 "헌재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범위, 즉 법률 자체의 효력을 원천적으로 소멸시킬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만 법률해석을 할 수 있을 뿐, 법원에 대해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절차에 관한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행정소송법상으로도 하급심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를 상소이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은 대법원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에 '법률해석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도 포함돼 있다고 볼 경우, 법원은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의 심판을 헌재에 제청한 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재판을 정지해야 하는 이상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왼쪽)과 헌법재판소
대법원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 당사자가 청구하는 헌법소원심판도, 심판청구의 대상은 '법률'의 위헌 여부이지 '법률해석'의 위헌여부가 될 수 없음이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헌법소원을 허용하면 사실상 또 하나의 심급을 인정하는 결과가 돼 상대방에게 또 다른 응소의 불안감을 주는 등 사법체계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독일 등 일부 외국에서 한정위헌 결정이 인정되는 이유는, 헌법의 구조상 우리 헌법과는 달리 헌재가 일부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사법부의 일원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이들 나라는 우리 헌법재판소법이 금지하고 있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 과세처분 정당"
이날 판결로 대법원은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와 관련, 세제혜택 조건을 준수하지 못한 법인에게 그 상당액의 과세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상장기한을 준수하지 않아 과세처분을 받은 기업 가운데 재능유통과 코오롱글로텍은 과세처분취소소송의 패소판결이 확정됐고 헌법소원도 제기하지 않아 사건이 그대로 종결됐다.
이 외에 SK리테일, GS칼텍스는 KSS해운과 와 마찬가지로 패소판결이 확정됐으나, 헌법소원을 제기해 한정위헌 결정을 받았고, 재심을 청구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이다.
대법원은 "법령의 개폐 전후에 발생할 수 있는 법질서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경과 규정은, 입법 경위와 취지·개정 전후 법령의 체계 등에 비춰볼 때 별도의 존속 규정이 없더라도 전면개정한 신법 효력 발생 이후에도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하고, 그 결과를 국민이 예측할 수 있다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특례규정과 이 사건 부칙규정에 따라 세제혜택을 누린 기업들은 상장기한 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않을 경우 혜택 받은 액수만큼의 과세처분을 받는다는 사실을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던 점, 이 사건 부칙규정이 기업들 입장에서 상장기한 연장이라는 유리한 결과도 가져온 점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부칙규정은 그 효력을 유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 실효됐다고 볼 수 없어"
아울러 "또한 이 사건 전면개정법은 '개정법 시행일인 1994년 1월1일 이후 최초로 개시하는 과세연도분부터 관련 개정법규를 적용한다'는 취지의 부칙규정을 두고 있는데, 원고에 대한 과세연도는 1989년도이므로 이 사건 전면개정법이 적용되지 않고 이 사건 부칙규정이 포함된 그 이전 법률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 사건 부칙규정이 반드시 실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와 같은 해석은 세제상의 수혜만을 누리고 그 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한 법인에 대해 그 수혜를 회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서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