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 27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이 해임결의안을 통과시킨지 단 하루 만이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이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MBC를 둘러싼 잡음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김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된 데다, 사내 갈등을 봉합하고 땅에 떨어진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28일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사장이 해임을 앞둔 상황에서 사표를 제출한 배경이 논란이 되고 있다.
MBC의 ‘임원 퇴직연금 지급 규정’을 보면 사장이 퇴직할 경우 근속기간 1년당 5개월 분의 기본급에 해당하는 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임원이 본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주주총회의 해임 결의에 의하여 퇴임하는 경우에는 퇴직연금을 받을 수 없다.
김재철 사장이 주총이 열리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3년여 간 재임한 김 사장은 15개월치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자그마치 3억~3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MBC는 규정대로 김 사장에게 퇴직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반면 MBC 노조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의 사표제출은 돈을 노린 꼼수”라며 “자신의 잘못으로 해임이 결정된 사람에게 연금을 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김재철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MBC 노조는 지난해 김 사장이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유용하고, 무용가 정모씨에게 과다한 출연료를 지급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은 전날 전주·청주·안동 MBC 등 지역 방송사에 자료를 요청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에는 김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MBC 조직 내부의 문제도 산적해있다. 오랜 파업으로 방송 경쟁력이 약화됐고 조직원 간 갈등의 골도 여전히 깊은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보도 기능의 약화다. 지난해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정성 훼손 등의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PD수첩> 역시 사전 검열, 제작진 교체 등 갖은 구설에 휩싸이면서 힘을 잃어버렸다.
파업 전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중 시청률 1위를 질주했던 <뉴스데스크>는 현재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방송 시간대를 저녁 9시에서 8시로 옮기는 초강수를 뒀지만 별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170일에 이르는 장기 파업을 겪으면서 노사는 물론 직원들 사이의 분열도 심화됐다. 파업에 참여했던 직원들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 간의 사이가 멀어진 후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MBC 관계자는 “노조원들과 비정규직들의 의견이 조금 다른 것은 사실”이라며 “상황이 좀 정리되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BC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후임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관측이 많다. 조각난 조직을 추스르고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난 포용력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MBC 사장 인선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방문진은 청와대와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공정한 인물을 임명해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인선에 개입할 생각을 추호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과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