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성장제고 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있어 얼마를 쓸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 한은 내부에서 나왔다.
최근 새 정부가 10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나온 분석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최진호 과장, 손민규 과장은 2일 '재정지출의 성장에 대한 영향력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1986~2011년 중 우리나라 재정지출의 성장 영향력을 시기별로 추정한 결과 지출 확대 직후 GDP 성장률이 약 3~4분기 동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재량적 재정 지출 확대가 경제성장률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추세 상으로는 2000년 이후 재정지출의 성장효과가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한편 반응 속도도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최근 들어 재정정책의 경기대응능력이 다소 축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0년 이전에는 GDP 증가율이 재정투입 당기부터 즉각적으로 크게 반응한 뒤 이후 3분기 동안 증가율 확대폭이 정점 수준을 유지하다가 4분기부터 증가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GDP 증가율의 당기 반응폭이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는 한편 3분기에 이르러서야 증가율 확대폭이 정점에 이른 뒤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0년 전후 재정지출 확대 충격에 대한 GDP 반응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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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과장 등은 “경기가 위축되고 수입의존도가 낮을수록, 또 정부소비지출에 비해 정부투자지출 비중이 높거나 가계부채 규모가 증가할수록 재정지출의 성장 영향력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2000년 이후에는 수입의존도가 증가했고 정부투자지출 비중이 감소한 탓에 재정지출의 성장 제고효과가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 투자지출의 성장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출 구성 측면에서의 정책방향 전환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최 과장은 “정부투자지출의 성장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출항목 구성 측면에서 건설투자 등 유형투자 일변도보다는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무형투자를 지원, 활성화하는 방향으로의 정잰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대응을 위한 지출을 확대할 때는 인구고령화 영향 등에 따른 중기적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감안해 의무지출보다는 일시적 성격을 갖는 재량지출 사업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