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잔여 임기만"..朴, 헌재소장 2명 임명하게 돼

朴 임명 헌재소장 향후 10년간 재임..후임 대통령은 임명못해
학자들 "차기 대통령 임명권 침해 행위" 지적

입력 : 2013-04-08 오후 4:53:1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소장으로서의 임기에 대해 "현재 헌법재판관을 사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관의 임기 만료시점인 2017년 2월까지"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후보자의 말대로 헌재소장 임기를 본인의 헌법재판관 임기만료일인 2017년 2월이라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박 후보자의 임기종료 이후 다시 헌재소장을 임명하게 된다. 즉 대통령 임기 동안 헌재소장 2명을 임명하게 되는 것으로, 향후 10년간 박 대통령이 임명한 소장이 헌재의 수장이 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박 후보자의 후임 소장을 임명하고 퇴임하게 되면 차기 대통령은 헌법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朴대통령 임기만료 1년 전 다시 임명
 
대통령의 임기는 5년, 헌재소장의 임기는 6년이다. 2017년 2월이면 박 대통령 임기만료 1년 전이다. 이 때 임명된 헌재소장은 6년간 재임하게 되므로 다음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헌재소장 임명을 못하게 된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7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던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전효숙 재판관은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재판관직을 사퇴했다. 소장으로서의 임기 문제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재판관으로서의 잔여임기 동안만 소장을 할 지 새로 6년의 소장 임기를 시작해야 할지가 논란이었다.
 
청와대는 대법원과 헌재에 의견을 조회해 현직 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됐을 경우 임기는 6년이 타당하는 답변을 받았다. 때문에 전 재판관은 재판관직을 사직하고 헌법재판관 겸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인사청문회를 받았다. 헌법은 재판관의 연임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진행이 가능했다.
 
◇헌재·대법원 "헌재 안정성 위해 소장임기 6년 타당"
 
그러나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가운데 임명한다'는 헌법상 규정을 들어 전효숙 재판관이 이미 재판관직을 사임했기 때문에 헌재소장 자격이 없다는 당시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결국 전 재판관은 사퇴한다.
 
이후 청와대는 대법원과 헌재의 의견조회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대법원은 헌재 운영의 안정성과 재판관 구성의 중립성 확보, 차기 대통령의 헌재소장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재판관 지명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6년 임기 타당 의견을 제시했다.
 
헌재 역시 '소장의 임기는 재판관의 잔여임기'라는 견해를 따르면 매번 소장의 임기가 달라져 헌재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 6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법원과 헌재가 새로이 6년 임기가 타당하다고 밝혔지만 박한철 후보자는 헌재소장으로서의 임기가 자신의 잔여 임기라고 말한 것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방의 한 로스쿨에서 헌법을 강의하고 있는 송모 교수는 이에 대해 "박 후보자의 말 대로라면 10년동안 한 대통령이 지명한 헌재소장이 재임하게 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일부러 그것을 노리고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헌재 10년간 동일성 유지 헌법 취지에 안 맞아"
 
송 교수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 헌재소장의 임기를 6년으로 서로 다르게 한 것은 임기에 따른 권력분립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10년 동안 지금 대통령에 의해서 헌재가 동질성을 유지한다면 원래의 헌법의 구상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같은 문제는 현직 대통령의 차기 대통령에 대한 헌재소장 임명권 내지 침해로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 교수는 다만, "지금처럼 현직 재판관 중에 헌재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재임임기는 헌법상 재판관의 잔여임기로 제한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한 대통령이 두명의 헌재소장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지명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장의 6년 임기를 보장해 권력분립 및 헌재의 안정성을 도모하려면 현직 재판관 중 후보자로 지명될 경우 재판관직을 사직한 뒤 재판관과 소장의 지위를 다시 취득하는 것이 옳다"며 "결국 7년 전 전효숙 재판관이 소장 후보자 지명절차가 맞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역 로스쿨에서 헌법을 강의하고 있는 정 모 교수도 같은 지적을 했다.
 
◇"소장 후보자 지명 절차 애초부터 잘못"
 
정 교수는 "현직 재판관으로서 임명될 경우 임기는 잔여임기로 보는 것이 맞지만 헌재의 독립성 보장면에서 볼 때 애초부터 후보자 지명절차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시 말하면, 현직 재판관 지위를 그대로 가지면서 소장이 될 경우에는 당장 한 대통령이 연이어 두명의 헌재소장을 임명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매우 정치적인 것으로, 헌재의 정치사법화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이어 "차기 소장도 박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면 박 대통령이 만일 자신과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을 후보자로 지명 할 경우에는 차기 정권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과거 헌재의 사례를 보면 보수정권과 보수재판관이 연동된 경우 정치권의 눈치를 봐 왔던 것을 부정할 수 없었고, 더구나 근래에 들어 진보적인 재판관들이 소수로 되고 있는 마당에 이렇게 되면 헌재가 제 기능을 할 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이런 문제들을 고려해볼 때 박 후보자로서는 소장 지명시 재판관직을 사퇴하고 인사청문절차를 밟는 것이 옳았다"며 "청와대가 이런 부분을 심각히 고민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재판관, 사직후 다시 절차 밟는 것이 타당"
 
정 교수는 "헌법상 '헌법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한다'는 것도 반드시 소장은 '현직' 재판관 중에서 임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재판관과 소장직을 함께 가지고 임명이 된다면 재판관 중 한명이 되어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충족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다르거나 반대되는 학계의 견해도 없지 않다. 서울지역 로수쿨에서 헌법을 강의하는 이모 교수는 "오히려 소장으로서 6년 임기를 다시 시작한다면 재판관 임기를 소장 임기와 연결해서 자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소장이라는 직책은 여러 재판관 중 한명으로서 헌재의 결정과 관련해 정치적 결정을 주도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며 "차기 대통령이 헌재소장을 반드시 임명해야 하는지 여부는 민감한 헌법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서울 지역의 다른 로스쿨 헌법교수인 윤 모 교수도 "재판관과는 달리 소장은 임기 규정이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그렇다면 재판관 임기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그는 또 "헌법에 재판관과 대통령의 임기를 정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여러 명을 다시 임명하는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며 "헌재소장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연결해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임기 발언과 관련해 "헌재 내부적으로 합의되거나 정해진 것이라고 보다는 후보자의 헌법적 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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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