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급해?..`헛심` 쓰는 정치권

`면세` 개념 정리도 안돼..많은 국민 찬성? 공항갈 형편되는 사람만 찬성!

입력 : 2013-04-09 오후 4:01:22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입국장면세점 설치문제가 때아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복지재원 부족과 재정건전성 위기에 새 정부 들어 비과세나 세금감면을 줄이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입국장면세점 설치는 오히려 소비에 세금을 면해 주는 면세점을 늘리자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저소득층이나 사회약자에 대한 면세가 아니라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면세점에서 쇼핑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에 대한 면세논쟁이다.
 
화두는 정치권이 던졌다.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은 지난해 11월 입국장면세점 설치를 위한 관세법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입국장면세점 도입의 필요성 정책토론회'라는 토론회를 열고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힘을 실었다.
 
안 의원은 "입국장면세점 설치는 해외 출국장 면세점에서의 구매를 국내면세점으로 전환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해외여행객들이 구매한 면세품을 여행 내내 들고다니는 불편함이 있었다"면서 "국민 편익 증진과 관광인프라 개선 차원에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누구를 위한 면세점인가..정치인들 너도나도 찬성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의장과 여야부의장을 포함해 무려 2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주요 정치권 인사들의 축사를 듣는데만 30분이상이 소요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여행객 3000만 시대를 맞아 입국장면세점 설치문제가 공론의 장에 올라 온 것은 적절하다"고 주최자인 안 의원을 치켜세웠고, 해당 법안의 심사를 담당하게 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은 "(입국장면세점 설치문제는) 그동안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여러번 논의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면서 "19대 국회에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힘을 실었다.
 
토론은 '입국장면세점 도입의 필요성'이라는 토론의 제목과 같이 다소 일방적으로 흘렀다. 토론자의 비율에서부터 입국장면세점에 찬성하는 쪽이 5대 1로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김명운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장, 최훈 인천국제공항공사 상업영업처장, 장호상 한국공항공사 기획조정실장, 윤유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 김연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장이 입국장면세점 도입에 찬성했고, 그나마 주태현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장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전했다.
 
입국장면세점이 설치되면 해외여행을 다니는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하기가 편해짐과 함께 면세점을 유치한 공항공사는 임대료수익이 극대화된다. 공항공사나 상급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팔을 안으로 굽힐 수밖에 없다. 면세점 이용객을 대변하는 소비자 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최훈 처장은 "입국장 면세점은 외화유출을 막고 고용창출효과 등을 낼 수 있다. 공항공사에서 국내 우수기업 제품을 유치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활로를 열어줄수도 있지않겠냐"고 주장했다.
 
윤유식 교수는 "입국장 설치는 관광선진국을 이룩하고 국민행복증진과 창조경제 관련 산업발전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필수적인 사항"이라는 극찬도 쏟아냈으며, 김연화 원장은 "소비자가 봤을 때 쇼핑문화와 전통문화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입국장면세점을 설치해서)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로 강조하기도 했다.
 
◇"왜 면세해야 하는가"는 빠진 논쟁
 
일방적인 토론의 장은 면세점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을 빠뜨렸다. 왜 면세해야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언급되지도 못했다.
 
입국장면세점 설치를 주장하는 쪽은 국민편익 증진이라는 측면과 외화유출 방지라는 크게 두가지의 목적을 최대 근거로 꼽고 있다.
 
보통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선물이나 자신이 사용할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면세점을 들리고, 이를 여행하는 내내 들고다니다가 입국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한 입국장면세점이 없어 물건을 들고다니기 불편한 해외여행객들은 국내 면세점이 아닌 해외 외국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따라서 외화의 유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면세점 설치의 기본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면세점은 기본적으로 외교관 등 외국인이나 출국하는 내국인이 여행도중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에 대해 면세할 수 있다는 세계관세기구(WCO)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지난 1960년대에 만들어진 제도다.
 
이는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등을 거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시내면세점 등을 확대 설치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문제는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활성화된 면세점이지만 사실상 내국인들은 여행용 선물이나 자신의 구매욕구를 채우는 등 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국인들의 관행화된 면세점 이용에 제약을 주기 위해 1인당 400달러라는 면세물품 반입제한을 두고는 있지만 검색인력 부족 등 관세행정의 한계와 헛점 때문에 대부분의 내국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면세물품을 사서 여행을 즐기다가 그대로 입국하고 있다.
 
똑같은 물품에 대해 국내 매장이나 백화점에서는 세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물품을 사야하고,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세금이 없는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불공평한 과세환경이 조성돼 있는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도 "여유 있는 계층에 면세혜택이 있는 구매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입국장면세점 설치문제는) 공항 이용객의 편의 부분도 봐야하겠지만, 그보다 짚어야 할 문제들이 굉장히 많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태현 기획재정부 과장은 "실제로 전체 국민중에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입국장면세점 설치를 요구하는 측의 주장처럼)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한다고 하기에는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입국장면세점 설치를 요구하는 측이 근거로 내밀고 있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의 84%가 입국장면세점 설치에 찬성하고 있다. 해당 설문조사는 공항공사측이 진행한 것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여행객들만 대상으로만 조사가 진행됐다.
 
주 과장은 "입국장면세점이 외국공항들도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관세율이 거의 없거나 도시국가의 공항들이거나 호주 등 제조업보다는 관광업이 집중돼 있는 나라들"이라며 "과연 그런 나라들과 입국장면세점 설치의 목적이 같을 수 있을지 보다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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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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