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워렌 버핏이 소유한 에너지 회사 미드아메리칸홀딩스(이하 미드아메리칸)가 최근 파산한 중국 선텍 인수 추진설이 일부 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가운데 국내 태양광 업계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태양광 업황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출혈 경쟁이 가장 극심한 다운스트림(최종 완제품)에 투자할 유인이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실제 11일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은 미드아메리칸의 선텍 인수설에 대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선텍 인수설에 휩싸인 기업은 비단 미드아메리칸 뿐만이 아니다. 선텍은 이미 2~3년 전부터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인수합병(M&A) 시장의 단골 손님으로 거론됐다. LG전자 역시 지난 2011년 선텍 인수설이 돌았으나 사실무근으로 결론났다.
선텍은 현재 부채 규모만 3조7000억원에 달한다. 버핏이 그동안 안정적 재무구조의 기업을 인수대상으로 선호해 왔다는 점에서 선텍은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업황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빚이 많은 기업을 떠안기란 사실상 힘들다는 분석이다.
버핏이 태양광 사업에 투자한 사례를 근거로 선텍 인수설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도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투자업체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이자 선텍 인수설이 불거진 미드아메리칸은 전력생산에 관계된 회사에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미국 태양광발전업체 퍼스트솔라가 진행하는 토파즈 태양광발전시설 지분에 20억달러(한화 약 2조2626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올초 캘리포니아주 앤털로프밸리에 건설이 예정된 태양광발전소에 25억달러(약 2조6395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드아메리칸은 앞서 10여 곳에서 풍력단지를 운영해 왔으며, 미국 정부가 지난해 풍력발전소에 대해 세금 지원 혜택을 종료하기 직전을 전후해 태양광 발전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미 정부의 에너지 지원 정책에 발맞춰 일정한 시기 동안 수익이 보장되는 발전사업을 중심으로 유동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태양광 제조업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버핏이 25년 동안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발전사업 대신, 시장 상황이 어려운 제조업에, 그것도 부실 회사 인수에 나서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그간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 투자 방향과도 일치하지 않는 만큼 선텍 인수설은 그야말로 뜬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버핏은 그동안 태양광 산업이 아닌 자산가치가 높은 태양광 발전사업에 투자해왔다"며 "미국 연방정부가 2016년까지 태양광 투자비에서 30%의 세금을 공제해주는 투자세액공제(ITC)를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굳이 선텍을 인수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텍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국내 태양광주가 들썩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1일 선텍이 파산을 선언하자 한화케미칼은 직전 거래일보다 2.76%, 오성엘에스티는 3.16% 주가가 급등했다. 선텍 파산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일부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불과 20일 만에 선텍 인수설이 발표되자 주가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선텍이 폐업이 아닌 새 주인을 찾게 되는 것은 태양광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구조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 증권업계 연구원은 "선텍 파산 소식과 인수 소식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모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면서 "단기성 호재에 열을 올리기보다 업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