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 급성장에 삼성전자와 애플의 ‘결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TSMC가 20나노 모바일 AP 공정 완료 시점을 3개월가량 앞당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과 TSMC 간 '나노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TSMC는 15일(현지시간) 대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최근 설비된 20나노 공정 전환이 사실상 양산 준비체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 것으로, 늦어도 내년부터는 애플에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직접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애플이 A6, A6X 칩에 이어 차기 제품에 들어갈 A7 칩의 제작에 삼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대만의 TSMC를 통해 공급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 또한 이에 대비해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A7 칩의 경우 오는 2014년부터 출시돼 제품에 장착될 전망이라 올해 출시될 아이폰5S에 탑재되는 A6 칩은 계속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3D 설계로 알려진 16나노 핀펫(FinFET) 공정 수율도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핀펫기술이란 기존의 반도체를 구성하는 소자가 2차원적 평면구조였던 것에 반해 누설전류를 줄일 수 있도록 3차원 입체구조로 소자를 만드는 기술이다. 3차원 입체구조에 적용되는 게이트의 모양이 물고기 지느러미(Fin)와 비슷해 핀펫으로 불린다.
16나노 핀펫 공정이 적용되면 현재 삼성전자(005930)가 양산에 돌입한 최고 성능의 '엑시노스5 옥타'보다 40% 이상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이 칩 또한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본격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게 TSMC측 설명이다.
특 TSMC가 16나노 공정으로 시험 생산에 성공한 ‘A57’ 프로세서가 최근 반도체 업계 화두로 등장한 '빅리틀 프로세서'에 적용될 경우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빅리틀 프로세서는 성능을 많이 필요하는 작업은 '빅(Big)'이라 불리는 고성능 코어가, 적게 사용하는 부분은 '리틀(Little)'이라 불리는 저전력 코어가 연산을 담당하는 이중 구조다.
물론 현재까지는 삼성의 기술 우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12월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한 시제품 개발을 먼저 끝낸 상황이며 20나노 공정의 모바일 AP 양산 계획도 TSMC보다 6개월에서 1년가량 앞서있다.
하지만 삼성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TSMC가 하루가 다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면서 업계의 관심도도 달라졌다. TSMC의 성장세가 애플과 삼성의 수급관계를 조기에 종식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현실화될 조짐마저 보였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최대의 고객사를 잃게 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엑시노스' 시리즈가 갤럭시뿐만 아니라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공급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장은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진 않다"고 설명했다.
단 '당장'이란 전제가 붙는다는 점에서 장기화될 경우 삼성의 타격도 일정 부분 불가피하게 됐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AP 부문 세계시장의 73.7%를 점유하던 삼성전의 압도적인 시장 지위는 예전만 못할 가능성이 높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