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 보고서가 19일 채택됨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부터 ‘노대래호 공정위’가 정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음주 중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야당의원들도 ‘적격’ 의견을 내는 등 잡음 없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노 후보자가 지난 33여년간 여러 공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제 정책을 수립·조정하는데 많은 경험을 갖고 있고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라는 국정과제를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 등 산적한 공정거래 정책 현안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지만 소관 상임위가 ‘노대래호 출범’에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위협받는 경제민주화..공정위 역할 중요
그러나 상황이 마냥 녹록지만은 않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공정위를 주목하는 시선은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재계와 보수진영의 반격이 거세지는 형국이고 이에 따라 여권 안에서도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 있는 하도급법,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심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재계 등의 반발에 가로막혀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오는 6월 국회에서 금산 분리, 출자총액 제한, 순환출자 금지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 관련법을 집행하는 공정위 역할을 두고 또 한 차례 소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에서 처리하는 개정안은 경제민주화의 밑그림이지만 세부기준을 정하는 시행령과 고시는 공정위가 만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효를 거두기 위한 공정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관련 법률은 공정위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해 공정위가 얼마큼 중심을 잡고 가느냐에 따라 경제민주화 성공여부가 갈릴 수 있다.
당장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시정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정치권 밖 시민사회에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법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특히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의 불공정계약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공정위의 단속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적시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도 당분간 공정위를 둘러싼 이슈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어깨 무거운 공정위..노대래호 과제는?
‘기업 프렌들리’를 표방했던 전 정부가 벌여놓은 각종 업보를 청산해야 할 임무도 간단치 않다. 대표적으로 4대강 공사에 얽힌 각종 비리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가 지난달 4대강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의 입찰 담합여부를 놓고 재조사에 들어간 만큼 지난해 1차 조사와는 얼마큼 다른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별다른 이유 없이 미뤄 놓은 조사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민주통합당 이종걸, 김기준 의원은 지난 18일 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맥쿼리, CD금리 담합 등에 대한 즉각적 재조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노대래호 공정위'는 당장 내부조직도 추슬러야 한다.
전임 김동수 위원장이 정권 교체기 사퇴하면서 공정위는 ‘수장 없는 대행 체제’가 2개월 가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공정위 퇴임간부가 대형로펌이나 대기업 사외이사로 직행하는 고질적 문제를 시정하라는 주문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공정위 퇴임간부의 로펌행에 대해 ‘직업 선택의 자유’로 옹호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대기업 감시자가 돌연 대기업 품안에 안기는 관행이 공정위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 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노 위원장은 "대책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치·자본권력 눈치보기..이번엔 털어낼까
노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등 경제관련 부처만 오래 거친 이력 때문에 공정위 수장으로 적합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담합하다 적발되면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하는 등 재계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수위 높은 발언을 여럿 내놨다.
심지어 재벌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을 공정위에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해 ‘기득권을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지만, 뒤집어보면 공정위가 역할만 제대로 했어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라는 주장은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정위호의 키를 잡은 노대래 선장의 향후 정책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정위의 애초 역할이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일관성 있는 일 추진이 정치·자본권력에 영합한다는 비판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