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한 증시 안팎의 환경 변화가 국내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 판도를 뒤바꿔 놓았다.
대형 금융주들은 `추풍낙엽' 신세를 면하지 못한 반면 경기방어주들은 순위가 오히려 올랐다.
다만 유가증권시장을 이끌어온 삼성전자와 POSCO가 선두권을 지켰지만 시가총액은 대폭 줄었다.
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에 포함된 금융지주사나 은행 등 모든 금융주가 올해 순위가 떨어지거나 아예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작년 5위였던 국민은행은 상장 폐지된 뒤 은행, 생명보험, 증권 등을 거느린 금융지주사 KB금융으로 재상장됐으나 6위로 떨어졌고, 신한지주도 6위에서 7위로 밀려났다.
우리금융은 12위에서 27위로 15계단이나 추락했고, 각각 22위와 26위였던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은 30위권에서 모습을 감췄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등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의 실적이 급감하고 투자 매력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지방 미분양 사태, 구조조정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작년 29위와 30위에 걸쳐있던 대우건설과 GS건설이 나란히 40위권으로 내려가는 등 건설주들도 체면을 구겼다.
반면에 경제 위축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기방어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국전력이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상승했고, SK텔레콤은 7위에서 4위로, KT는 14위에서 10위로, KT&G는 20위에서 8위로 각각 뛰어올랐다.
전력과 같은 공공재와 통신서비스 등 업종에 속하는 이들 종목에 대해서는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실적이 크게 줄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에서 출발한 실물경제 위축이 내년에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내년 금융주는 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는데 비해 경기방어주는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POSCO는 각각 1위와 2위의 자리를 지켰으나 각각 시가총액이 25조2천391억원(-27.5%)과 17조14억원(-33.9%)이 줄었다.
주가가 대체로 실적 전망을 따라가기 때문에 올해 증시에서 나타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부침현상이 내년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가 증권사들의 2009년 연간 평균 영업이익 추정치를 올해 추정치와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20.75%), KT&G(11.30%), KTF(87.82%) 등 경기방어주들의 실적은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KB금융(-18.81%), 신한지주(-15.20%), 우리금융(-18.53%) 등 금융주들의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조윤남 연구원은 "내년에 전개될 신용위기 패러다임에서 시장을 지배할 콘셉트는 자산 디플레이션과 디레버리지(부채 축소), 기업수익성 악화, 산업구도 변화 등이다"며 "현재 위기가 대공황 당시처럼 수년간 지속된다면 KT&G 같은 담배 및 음식료주가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