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둔 가운데 은행권이 울상이다. 이 법은 보이스피싱, 파밍은 물론 해킹에 의한 전자금융 사기 피해자에게 금융회사가 피해 금액을 보상토록 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오는 29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심의키로 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일주일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고,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본회의를 거쳐 이르면 7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회사가 전자금융 사기 피해자에게 피해를 보상하도록 한 내용이다.
예컨대 제3자가 컴퓨터 해킹으로 주민등록번호·공인인증서 등 개인정보를 몰래 빼내 돈을 빼갔다면, 소비자의 중과실이 없는 한 금융사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가짜 은행 사이트로 유도해 금융정보를 빼가는 '파밍' 역시 금융사가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악의를 가진 사기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커와 공모한 사기 범죄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사기 의도를 가진 A와 B가 공모해 A를 금융거래 피해자로 둔갑시킨 다음, A가 '누군가(공모자 B)에 의해 피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금융사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사는 누가 가해자인지, 공모 사실이 있었는지까지 가려내야 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시스템 또는 정보통신망에 침입해 발생한 사고에 한정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수정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업계 의견을 국회 정무위와 금융당국에 전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고는 1차적으로 금융회사가 책임져야 할 사고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는 금융사가 영업활동을 위해 편리한 수단으로 도입했으므로 금융사 책임이 더 크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자거래 안전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여야간 정치적 이견이 무난하게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공모 사기를 양상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시행령 개정시 참고해 반영할 것이 있으면 반영하겠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