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지금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북미발 셰일가스와 러시아의 동시베리아를 중심으로 수입국 다변화를 이룰 수 있는 적기다."
김연규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국제학부 교수)은 22일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며 에너지 수입국 다변화를 위한 충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천연가스 중 70%에 가까운 양이 카타르(23.7%)와 인도네시아(18.4%), 오만(12.1%), 말레이시아(11.8%) 등 4개국에서 수입됐다. 석유와 석탄 등 다른 에너지 자원과 비교하면 천연가스 수입국은 다양한 편이지만 중동 의존율이 절반에 가깝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상 한계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최근 미국·캐나다 등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천연가스 시장이 파는 사람에서 사는 사람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관련업계는 "지금이 에너지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적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계 천연가스 교역현황(자료제공: 글로벌에너지협력센터)
셰일가스 후폭풍에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비용이 유럽을 중심으로 약 10% 인하되면서 수입 다변화 전략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폴란드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을 16%나 내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2006년부터 셰일가스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최근 5년 동안 생산량을 24.3% 늘린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30% 저렴한 가격(운송비 포함)과 전 세계에서 250년 동안 사용 가능한 풍부한 매장량 등으로 최근 상한가를 질주 중이다.
반면 같은 기간 러시아는 천연가스 생산량이 2% 증가하는 데 그쳤고, 판매가격 역시 '유가연동제'에 의한 가격 책정 방식 탓에 국제유가와 같이 판매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에 자국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2030 가스부문 발전 마스터플랜'과 '동부 가스 프로그램' 수정까지 지시했다.
러시아 극동개발부 측은 극동 시베리아 가스전 사업에 국영가스 회사인 가즈프롬이 전담해 독점 공급하려 했다. 하지만 최근 셰일가스로 인해 천연가스 시장에서 러시아의 위치가 위협을 받자 2020년까지 연방정부의 각종 지원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극동 시베리아에 투입하기로 변경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값비싼 중동과 러시아 천연가스 대신 운송비를 포함하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북미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일본은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70% 이상을 중동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어 북미 셰일가스 수입 움직임이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현재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새로운 석유 유전을 개발해 한국 등 극동지역에 수출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체 에너지 수입량의 90% 이상을 중동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값싼 원유나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또 다른 구매처의 등장으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연규 교수도 "일본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시장이 파는 사람 중심에서 사는 사람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판매가격 조정 등 민감한 계약조항도 사는 사람 위주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펀딩 모집 등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