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작용 피해보상제, 국민건강 지킴이 돼야

정부·제약사·환자 `동상이몽`..복지부, 내년 도입 추진

입력 : 2013-04-22 오후 5:31:1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 A씨는 2010년 감기약을 먹고 의약품 부작용으로 피부가 벗겨지고 시력을 잃는 휘귀병인 '스티븐존슨증후군'에 걸렸다. 현재 실명상태인 그는 3년째 15분마다 안약을 넣어야 하고 지금까지 각막이식술 4회와 양막이식술 10회를 받았다.
 
A씨처럼 약을 먹고 부작용이 일어났을 때 국가나 제약사가 소비자에게 보상해주는 제도가 올해 안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국민건강을 지키는 안전망이 되려면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고 제약업계의 부담도 줄이는 등 구체적이고 세심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약품 부작용 피해보상제를 올해 안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피해보상제도는 식약처 등 정부기관이 의약품 부작용의 원인을 규명해 보상여부를 결정하면 정부와 제약사가 비용을 부담해 소비자를 구제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의약품 부작용 보상지원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의약품 부작용 늘지만 대책 없어
 
정부는 의약품 부작용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4월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설립해 의약품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부작용의 인과 관계를 분석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행 약사법 어디에도 약을 먹고 부작용이 일어난 소비자를 구제할 실질적 규정이 없어 부작용 식별만 할 뿐 추가적인 조치는 할 수 없었다.
 
반면 관리원이 올해 1월 발표한 '2012년 4분기 유해사례 보고 동향'을 보면 가려움과 구토, 두드러기, 발진 등의 의약품 부작용은 매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4분기 월별 의약품 유해사례 건수>
<자료: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국민건강 위한 안전망.."기업 부담비 조정해야"
 
이에 따라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보상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중요 문제로 다뤄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약품 부작용이 생기면 장기 치료를 받거나 비싼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피해보상제가 없다"고 제도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프면 약부터 찾지만 약에 대한 지식이 없어 부작용이 많다"며 "피해보상제는 국민건강의 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기업 부담이 늘지 않게 세심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피해보상 기금으로 제약사 매출액의 2%를 부담시킬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가뜩이나 약가인하 조치 등으로 제약업계가 어려워 부담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가 피해보상금을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게 맞다"며 "그러나 지난 18대 국회에서 제약사 부담비율이 0.04%였는데 갑자기 2%로 껑충 뛴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식약처 "실무작업 중"..소비자-정부-제약업계 간 협의 필수
 
22일 식약처 관계자는 "피해보상제는 지난 3월21일 식약처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도 언급됐다"며 "연내 실시를 앞두고 약사법 개정을 위한 실무작업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소비자와 제약업계는 저마다 제도 개선안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제약사 부담비율을 두고 소비자와 제약업계 간의 이견 조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일본과 대만은 제약사와 수입업체 등으로부터 의무적으로 보상기금을 갹출 받고 있다"며 "우리도 의약품 제조업자와 품목허가를 받은 자, 수입자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제약사 부담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고 피해보상 범위와 절차, 부작용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주체 등의 문제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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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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